미국 뉴욕 증시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부풀었던 기대감이 잦아드는 양상이다. 뉴욕 주가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규제 완화와 감세로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전방위 관세에 따른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4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1.57포인트(1.22%) 내린 5778.15에 거래됐다. 이날 S&P500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 6일(5929.04)보다 낮은 수치이자 당선 이후로 따지면 최저 수준이다.
이는 무엇보다 관세 폭탄에 따른 경제 충격 우려 때문이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는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협상 전략’이라는 명분으로 시장에서 합리화될 수 있었다”며 “캐나다와 멕시코·중국에 이어 유럽에도 비슷한 관세가 부과된다면 여러 나라의 경제를 침체로 떠밀기에 충분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하락 자체가 미국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도 미국 경제가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데는 부동산과 증시 상승에 따른 미국 부유층의 ‘자산 효과(wealth effect)’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소비의 40%는 미국 부유층이 떠받치고 있다. 증시가 가라앉으면 중산층과 부유층의 소비가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드는 구조다.
성장이 둔화를 넘어 침체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GDP 전망 서비스 ‘GDP나우’에 따르면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2.8%로 관측된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수석경제학자 마크 잰디는 “관세와 이민 정책의 결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경제성장이 약해졌다”며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격한 반응에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관세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일시 정지는 아니지만 그(트럼프 대통령)가 중간 지점을 알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무디스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데리티스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여전히 불안할 것”이라며 “그 불확실성이 실제로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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