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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매킨리·트럼프의 ‘닮은꼴’ 관세전쟁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트럼프 관세전쟁 태풍 전 세계 강타

관세·영토 집착, 매킨리 정책과 유사

과거에도 결국 자유무역으로 돌아서

韓 ‘머니머신’ 안되게 윈윈전략 절실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윌리엄 매킨리 전 미국 대통령(1897~1901년 재임)은 남북전쟁에서 무공을 세운 뒤 변호사 및 검사로 활동하다가 7선의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1890년 당시 연방정부 세수의 절반에 달하던 관세를 38%에서 49.5%까지 높이는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산업 보호·세수 증대 명분과 달리 반짝 효과를 뒤로하고 외려 심각한 경제 불황에 빠졌다. 기업과 은행 등이 연쇄적으로 파산했고 실업률은 10~20%에 달했다. 고관세 정책을 편 벤저민 해리슨 대통령(1889~1893년 재임)을 물리치고 당선된 스티븐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1885~1889년, 1893~1897년 재임)의 자유무역 회귀에도 불황이 이어졌다. 매킨리는 재벌들의 전폭적인 후원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관세를 올리는 등 다시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 이와 함께 필리핀·괌·푸에르토리코 식민지화, 하와이 병합, 쿠바 통제 등 팽창 정책도 추구했다.

요즘 전 세계를 뒤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상이자 롤모델이 바로 매킨리다. ‘고립주의’와 ‘제국주의’를 추구했던 매킨리 시절을 복기하는 것은 트럼프의 행보와 정책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트럼프는 매킨리에 대해 “관세 인상으로 제조업을 보호하고 해외로 팽창했다”며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하는 것을 넘어 “1890년대는 고관세 덕분에 가장 부유했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는 트럼프는 관세에 대해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동맹국과의 관세 전쟁도 불사한다. 이제는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관세의 비중이 2%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관세 증대를 통한 법인세·소득세 등 감세 추진을 공언한다. 비록 고통이 따르겠지만 ‘미국의 황금시대(Golden Age)’를 위해 감내할 가치가 있다는 게 트럼프의 소신이다. 그 결과 관세를 거의 붙이지 않던 캐나다·멕시코에도 마약, 불법 이민의 통로라고 주장하며 4일부터 25%의 관세 폭탄을 때렸다. 심지어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관세가 붙지 않는다”는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 수입품에는 아예 기존 관세에 ‘10+10%’ 추가 관세를 잇따라 부과했다. 관세 등을 무기로 덴마크와 파나마에 각각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내놓으라고 겁박했다. 반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및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는 다시 ‘브로맨스’를 보여줄 태세다.



이제 트럼프는 매킨리가 결국 자유무역으로 정책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매킨리는 1901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돼 암살당하기 전날 “보호무역에서 호혜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관세 전쟁은 보복 관세라는 부메랑으로 이어지며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고물가)의 공포’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출간 이후 세계적으로 강조돼온 자유무역의 가치를 도외시하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미국은 1930년 대공황기에 허버트 후버 대통령(1929~1933년 재임)의 고관세 정책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했다가 1930년대 중반부터 관세 인하 등 자유무역의 길을 걸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의회 연설에서 “관세 하나로 1조 70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자화자찬했으나 과연 계획대로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또 미국의 월마트 제품 중 절반가량이 중국산이고, 미국이 상당 규모의 채소와 원유를 각각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를 인상하면 물가 상승을 피할 방법이 없다.

트럼프의 충격과 공포 전략이 한국에 미칠 날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는 이날 한국과 미국이 대부분 무관세로 교역하는데도 “한국이 군사적으로 많이 도움을 받고도 미국에 4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 트럼프에게 한국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무임승차한 머니 머신(돈 찍는 기계)으로 비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만큼 정교한 전략으로 대처해야 한다. 여야정이 저성장 극복과 안보 강화를 위한 그랜드 플랜을 세우고 한미 양국의 반도체·조선·방산·에너지 산업 협력 등 ‘윈윈’ 방안을 패키지로 마련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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