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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휘어잡던 체력왕…은퇴 후엔 '스포츠 행정가 키우기' 구슬땀[이사람]

◆43세 최연소 대한체육회장 유승민

IOC 활동 책으로 엮어…"도전하는 후배 위한 선물"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옛날에 올림픽 준비할 때 태릉선수촌 들어간 적이 있어. 거기서 모든 종목이 주말에 산을 뛰어요. 거기에 (제일 빨리 올라가는) 계보가 있대. 사이클·레슬링이랑 붙으면 죽는다는 거야. 근데 거기 A클래스에 되게 신기한 사람이 껴 있는 거 알아? 탁구 유승민.”

이천수는 “그날 레슬링과 권투가 빠지기는 했지만 1등을 유승민이 하고 2등 송종국, 3등 설기현(이상 축구)이었다”고 돌아봤다.

모든 일의 근본이 결국 체력이라고 한다면 ‘부지런함’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4년은 일단 믿어봄 직하다. 전 종목 국가대표 사이에서도 유명했던 체력왕 유승민은 은퇴 후에도 꾸준한 등산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남다른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등산은 주로 혼자 간다. 속도가 안 맞아서 혼자 다닐 수밖에 없다. 한라산 정상을 최고 난도 코스 중 하나인 관음사 코스로 2시간 36분 만에 올라갈 정도다. 보통 5시간은 걸리는 코스다. 유 회장은 “제가 좀 빠른 편이기는 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초기에 하와이 연수 때는 하루에 8시간씩 영어를 팠다. 부지런한 성격은 타고난 것이냐는 물음에 유 회장은 “잘은 몰라도 선수 시절부터 몸에 밴 것 같다. 아들 둘도 이른 아침에 ‘빨딱빨딱’ 잘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아빠를 닮은 것도 같다”며 웃었다. 그는 전체 워밍업 전에 늘 먼저 나가서 따로 몸을 풀던 선수였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역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난공불락의 만리장성 왕하오(중국)를 탁구 남자단식 결승에서 꺾고 포효하던 모습은 한국 스포츠사에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당시를 떠올린 유 회장은 “결승전에 자신은 있었지만 안 질 것 같다는 확신은 없었다. 다만 내가 불리하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한 포인트, 딱 한 포인트만 보고 쳤다”고 했다.

성공한 선수이자 스포츠 행정가인 유 회장은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이 한국 체육계에 계속 나와주기를 바란다. IOC 선수위원 활동을 1년 남기고 자신의 영문명을 딴 비영리 사단법인(RSM스포츠)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스포츠로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스포츠 유망주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필요한 곳을 찾아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 펴낸 IOC 위원 연간활동보고서.


8년간의 IOC 선수위원 활동을 빼곡히 기록해 10권 가까운 책으로 엮기도 했다. 책을 훑어 보니 언제 어느 행사에 참석해서 어떤 인사들을 만나고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유 회장은 “IOC 위원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선물해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유 회장의 다음 변신으로 정치인을 예측하기도 한다. 그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 빙긋이 웃었다. 최종 꿈이 뭔지는 몰라도 그 꿈을 향해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보면 되느냐는 물음에는 “계획했던 모습들이 조금씩 앞당겨져서 실현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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