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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APEC과 아이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혁신·연결

■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

멤버 청각장애 그룹 데뷔 걸림돌

첨단 기술로 극복, 꿈도 현실로

APEC서 더 많은 '혁신' 나왔으면





지난해 12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공식고위관리회의(ISOM)의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 요청을 받아 아이돌 ‘빅오션’을 소개했다. 빅오션은 지난해 4월 데뷔해 미국 빌보드에서 ‘이달의 루키’로 선정됐다. 170만 명 이상의 소셜미디어 팬덤을 구축했으며 올해는 미국과 유럽 투어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10월 개최될 예정인 경주 APEC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주제를 통해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고 빅오션은 그에 적합한 사례였다. 왜일까.

빅오션의 탄생은 기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멤버 전원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인공 와우와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지만 기기마다 지연 오류가 생겨 자신만의 박자로 춤을 췄다. 두고 볼 수 없어 음악의 박자에 맞춰 플래시가 터지는 영상을 제작했다. 더 나아가 이 화면을 시중에 있는 스마트워치와 연동시켰다. 박자에 맞춰 스마트워치가 ‘징징’ 울렸고 동시에 화면에서는 ‘번쩍번쩍’ 플래시가 터졌다. 비로소 친구들의 합이 맞았다.

진짜 난관은 따로 있었다. 음원 제작이다. 후작업으로 튠을 할 수 있기에 빅오션의 부족한 가창력도 문제없다고 여겼다. 생각이 짧았다. 먹는 발성과 부정확한 조음점 등이 난도 최상급의 문제였다. 몇 년 전 접한 TTS(Text-To-Sound) 기술이 다행히 그사이 더 발전해 있었다. 그리고 검색 기반 음성 변환(RVC)과 확산 모델 노래 음성 변환(DIFF SVC) 기술도 찾아냈다. 기술 발전이 1~2년만 더뎠어도 빅오션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까지 인터뷰를 보면 멤버 현진은 원래 꿈이 ‘컴퓨터 기술자’였고 아이돌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고 얘기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본가에 들렀는데 초등학교 시절의 기록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다. 희망 직업란에 ‘가수’가 떡하니 적혀 있던 것이다. 2년 연속으로 말이다. 누군가의 간절했던 꿈이 이렇게도 철저하게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꿈이 사라지는 과정도 상상됐다. 현진의 낮은 청력을 걱정하며 누군가는 다른 직업을 권유했을 것이다.

APEC 내의 21개 회원들은 서로 기술 발전의 수준도, 기술 발전을 위한 인적 및 물적 인프라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꿈을 펼칠 기회’를 얻고자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빅오션의 경우에서처럼 기술은 더 많은 이들의 꿈을 지켜줄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혁신 기술들이 사람을 위해 어떻게 적용되는지 풍부한 사례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꿈을 이루는 시간도 앞당겨줄 수 있다.

빅오션은 기술이라는 혁신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넓은 세계와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었고 자신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빅오션은 2025년 APEC의 주제를 구현해내고 있는 현재의 사례라고 믿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부 대표와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번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더 다양하고 더 많은 빅오션들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올해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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