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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역사 속 아편에서 배우는 교훈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세계 역사에서 마약이 한 국가의 운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건이 있다. 19세기 중국 청나라를 무너뜨렸던 ‘아편전쟁’이다. 황실과 귀족층의 사치품이었던 아편이 값싼 아편의 밀수입으로 점차 서민층까지 확산됐고 아편 중독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자 황실은 아편을 금지하고 무역을 통제하기에 이른다. 이에 영국 등 서구 열강과 전쟁이 발발하고 청나라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아편은 덜 익은 양귀비 열매에서 나오는 하얀 액으로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아편을 원료로 하는 모르핀·헤로인도 중독성과 내성이 강해 모두 마약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약을 사용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 양을 점차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사용을 중지하면 견디기 힘든 의존 증상이 나타나 그 피해가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이웃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 ‘대학가 마약 동아리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다. 의대·약대,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까지 포함돼 충격을 주었다. 마약류가 학교·학원가까지 퍼져나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마약 가루가 연필로 한 번 콕 찍었을 때 연필심에 묻어나는 양 정도로도 심각한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청소년기는 뇌를 포함한 신체 발달이 활발히 이뤄지는 성장기로서 약물 중독에 더욱 취약하다. 뇌가 한 번 경험하면 나무의 나이테처럼 오래 각인된다고 한다.



마약에 중독되면 뇌세포가 손상돼 집중력·기억력·사고력 등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 커진다.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이나 행복을 느끼지 못하며 우울감이 생긴다. 마약을 중단하면 결핍과 갈망이라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우울·불안·공포 등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강박적으로 또 마약을 찾게 된다. 어느 마약 중독 회복자에 따르면 딱 한 번의 시작으로 자신과 가족, 그리고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할 정도다. 마약은 한 번의 호기심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마약에 손을 대지 않는 것만이 최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 폐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예방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도 교육 대상자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웹툰·메타버스 등 재미있는 콘텐츠를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마약류 예방·퇴치 주간을 운영하고 캠페인도 실시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중독자에 대해서는 다시는 마약류에 손을 대지 않고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4시간 전화 상담이 가능한 ‘1342 용기한걸음센터’를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하고 함께한걸음센터를 전국 17개소로 확대해 체계적인 심리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소년원이나 교정 시설 등을 직접 찾아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조기 발굴하고 중독자가 입소해 밀착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숙식형 희망한걸음센터 설치도 추진할 예정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마사이족 속담이 있다. 마약류 폐해는 한 개인을 넘어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멀고 힘들어 개인이 혼자서 헤쳐 나갈 거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동체가 함께 나서서 도와주고 노력할 때만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마약류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 그 길에 우리 모두가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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