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고급 인재 영입을 위해 파격적인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호봉제에서 성과제로의 전환은 2011년 서울대 법인화 이후 14년 만이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높은 연봉을 유인책으로 첨단 기술 분야 국내외 핵심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는 그동안 호봉제 틀에 묶여 충분한 연봉을 지급하지 못하는 바람에 세계적 수준의 우수 교수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되는 시대이므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개발과 우수 인재 육성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 주요 경쟁국들은 고급 두뇌 육성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저비용·고효율 생성형 AI 딥시크를 탄생시킨 중국에서는 정부와 기업·대학 등이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고급 인재들이 몰려드는 국가와 대학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능력에 걸맞은 높은 연봉과 보상은 물론 자녀 교육 등을 위한 양호한 정주 여건, 우수한 연구개발(R&D) 환경 등을 갖춰야 한다. 미국 주요 대학 교수의 연봉은 빅테크 기업에 비해서는 낮지만 국내 대학 교수 연봉의 2~3배에 달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교수 평균 연봉은 2023년 기준 20만 4079달러로 나타났다. 국내 대학들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데다 경직적인 연봉 제도를 갖고 있어 우수 교수는 물론 실리콘밸리 인재를 영입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힘들게 채용한 외국인 교수들도 낮은 연봉과 불편한 생활 환경 등을 이유로 발길을 되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니 국내 주요 대학에서 AI 등 첨단 기술 분야를 깊이 연구하고 강의할 수 있는 교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카고대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떠났다.
영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인재·기술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정부와 기업·대학이 원팀이 돼서 우수 인재 육성과 초격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고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되는 교육·산업의 각종 규제 사슬 제거에 나서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