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다수 기업들이 연내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상할 정도로 기업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50인 이상 기업 50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올해 한국에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응답이 96.9%에 달했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응답 기업의 22.8%는 ‘올해 경제 위기가 1997년 외환위기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경영 악화를 토로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 결과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올해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31%에 달했다.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게 치솟으면서 투자 전망도 암울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한일 무역 분쟁이 터진 2019년 8월 이래 6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치 불안이 길어지는 가운데 내수 침체, 수출 둔화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으키는 관세 전쟁 태풍까지 몰아치면서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날로 엄중해지고 있다. 미국발(發) 관세 변수와 환율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정책 불확실성과 기업의 발목을 잡는 반(反)시장적 규제 등 내부 악재까지 여야의 정치적 셈법 때문에 커지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연구 인력에 주52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는 반도체특별법을 가로막은 것도 모자라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 반기업적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글로벌 기술 환경이 급변하고 통상 질서가 요동치는 대전환기에 기업들이 웅크리고 있어서는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려낼 수 없다. 여야정(與野政)은 과감한 규제 혁파와 세제·예산·금융 등 전방위 지원으로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규제 개혁 없이는 2031년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로 떨어질 것이라는 OECD의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여야 정치권이 말로만 ‘성장’을 외치고 산업 현장을 찾는 등의 ‘보여주기식’ 경제 행보를 접고 획일적인 주52시간제 등 기업을 주저앉게 만드는 모래주머니들을 조속히 제거해줘야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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