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민권을 신청한 미국인 수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4일(현지 시간)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영국 내무부 통계를 인용한 것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시민권을 신청한 미국인은 61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다 수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신청 건수는 1700여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급증했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이러한 현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세금 제도 변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로펌 패러앤드코의 엘레나 힌친 변호사는 “대선 기간부터 미국인의 영국 시민권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며 “트럼프 1기보다 더 두드러진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오노 오케레가 이민상담서비스 국장 역시 “미국 대선 다음 날 영국 시민권 검색이 엄청나게 급증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외국 거주자(Non-Dom)’ 과세 제도 폐지도 주목할만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 제도는 영국에 거주하는 부유한 외국인에게 해외 소득에 대한 면세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 거주자 과제 제도의 폐지로 영국에 살던 부유한 미국인들이 자녀에게 시민권을 물려주기 위해 서둘러 신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트럼프 1기인 2016~2020년에 영국으로 이주한 미국인들이 최근 시민권 신청 자격을 위한 거주 기간 요건을 충족하게 된 점도 시민권 신청 증가에 기여했다. 시민권을 갖기 위해서는 영국에서 5년 이상 거주하거나 부모가 시민권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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