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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도 퇴직금 받는다?…“복지 위해 공제회 필요” vs “또 다른 ‘세금’”

문체부 6일 ‘오후 3시의 예술정책 이야기’서

‘예술인 공제회’를 통한 자립형 복지 논의

“정부가 먼저 재정을 투입해야” 목소리도

예술인들 1인당 평균소득 1055만원 불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6일 ‘예술인 공제회 설립·운영 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정부가 예술인들의 복지를 위해 ‘예술인 공제회’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예술인들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다만 재원 마련과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반론이 있어 정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모두미술공간에서 첫 번째 ‘오후 3시의 예술정책 이야기’로 ‘예술인 공제회 설립·운영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오후 3시의 예술정책 이야기’는 3~4월 두달 동안 매주 목요일 오후 문체부가 추진하고 있는 예술정책을 주제별로 깊이 있게 소개하고 예술계의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첫 행사인 이날엔 유인촌 장관이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재정학회 예술인공제연구팀(순천향대 김용하 교수 등 6인)이 진행한 ‘예술인 공제회 설립·운영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현장 예술인의 의견도 청취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예술인의 소득수준과 사회보장 수준을 고려해 예술인에게 특화된 자립적인 복지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추진됐다. 연구진은 예술인이 고정적인 수입 없이 사업(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예술인에 대한 지원사업이 정부재원에 의존하고 있어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에 ‘예술인 공제회’를 도입해 수동적·제한적·공급자 중심이었던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점을 개선하고 생산적·능동적·포괄적·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요한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발제를 맡은 김용하 교수는 ‘예술인 공제회’를 도입한 후 주요 공제사업(안)으로 ▲ 예술인 퇴직급여 ▲ 재해보상 보장 ▲ 수시·정기 적립형 저축공제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을 제안했다. 예술인 대상별로 살펴보면 수입이 일정치 않은 자유계약자(프리랜서) 예술인에게는 수입이 발생하는 기간에 공제회원 부담금을 납부받아 퇴직급여를 지급하고, 국립·공공기관이나 민간 단체 소속 예술인에게는 ‘예술인 공제회’를 통해 퇴직연금을 지급하며, 저소득층 예술인에게는 재해보상 보장이나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제공하는 등의 사업방식을 말한다.

자료 제공=문체부


공제회 설립은 이달까지 초기 기획 및 연구 후 올해 까지 법·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2026년 운영 시스템 구축과 파일럿 공제 프로그램 운영을 거쳐 2027년부터 공제회를 본격 운영한다는 로드맵이다. 적립금 마련 방안에 대해 문체부는 “정부와 지자체가 예술인 지원 관련 용역과 보조금에 매년 6조 원 가량을 쓰는데 일부를 적립금으로 만들 수 있고 또 예술단체들도 돈을 모을 수 있다”며 “이외에도 예술창작준비금 등 기금이 있다. 일단 첫발을 내딛고 점차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업 예술 종사자들은 공제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있다는 주장을 잇따라 제기했다. 박정의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소득이 적은 예술인들에게 (정부가 제시한) 공제회 부담금은 또 다른 ‘세금’이 될 수 있다. 예술인 평균 1인당 연봉이 1055만 원이라는데 얼마를 부담해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나”고 말하면서 “공제회보다는 예술인들의 일자리 정책이 먼저 있어야 한다. 고정급여가 있을 때 공제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동휘 국립예술단체 노조지부장도 “공제회에 정부가 예산을 먼저 투입해야 하고 그다음에 예술인들 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공연프로듀스협회 회장은 “대부분 예술기업은 영세하다. 책임은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인촌 장관은 “‘예술인 공제회’는 기존의 복지 패러다임에서 나아가 예술인이 중심이 되어 자립적인 복지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새로운 도전”이라며 “문체부는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생활과 직업적 권리를 보장해 마음껏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6일 ‘예술인 공제회 설립·운영 방안 토론회’가 진행중이다. 사진 제공=문체부


한편 이날 문체부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함께 발표한 ‘2024년 예술인 실태조사(2023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 1인당 평균 연소득은 1055만원에 그쳤다. 이는 같은 해 기준 국민 1인당 평균 연소득인 2554만원의 41.3%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그나마 예술인 소득은 직전 조사시기인 2021년보다 360만원이 늘어난 수치다.

조사 대상 예술인이 속한 가구 1곳당 평균 연소득도 4590만원으로 조사돼 우리나라 가구 1곳당 평균 연소득인 6762만원보다 약 2200만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 분야별 소득 차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건축(4261만원), 만화(2684만원), 방송·연예(2485만원) 분야는 2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기록한 반면 음악(901만원), 무용(802만원), 미술(603만원), 문학(454만원), 사진(334만원)은 1000만원도 넘지 못했다.

자료 제공=문체부


소득이 적은 탓에 예술인 2명 중 1명은 부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업 예술인 비율은 52.5%였고, 전업 예술인 중 자유계약자(프리랜서) 비율은 61.7%였다. 자신의 저작물로 저작권 소득을 얻은 예술인 비율도 29.1%에 불과했다.

예술 활동을 위해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57.3%로 조사됐다. 계약 체결 방식에서는 서면 계약 비율이 86.6%, 구두 계약 비율이 13.4%로 나타났다. 불공정 계약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예술인은 7.3%였고, 불공정 계약의 주요 사례로는 ‘계약조건과 다른 내용 강요’(63.0%), ‘적정한 수익배분 거부·지연·제한’(38.3%)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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