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순수예술은 보호·보존해야 한다고 과거에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보호나 보존을 넘어서, 더 융합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나올 것이다. 여러분들은 그런 시대의 한가운데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되면서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예술을 할지 예상할 수 없는 그런 시대다. 지금부터 준비해 달라. 정부가 뒷받침하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통합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을 격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술가는 ‘결핍’이 있어야 한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예술을 한다. 그 ‘결핍’을 채워 주기 바란다”면서 “‘거울’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거울처럼 여러분을 통해서 미래를 볼 수 있어야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제도는 실무경험을 쌓기 어려운 청년 예술가들에게 공공 무대 경험을 제공하고, 차세대 K컬처 주자를 발굴하기 위한 1년 단위 사업이다. 유인촌 장관의 취임 첫해인 지난해 통합 1기로 350명이 선발돼 각 국립예술단체에서 교육을 받았고 2기인 올해는 총 592명이 선발됐다. 다음은 유 장관의 이날 축사 전문이다.
<청년교육단원 발대식 유인촌 문체부 장관 축사(전문)>
여러분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조금 추워요? 뭐가 열기가 없어요. (웃음) 에너지가 좀 가라앉은 분위기가 돼서. 왜냐하면 오늘 저는 이 자리(남산 국립극장)에 올 때까지 한 40분 걸어왔어요. 걸어온 이유는, 여러분들 생각하면서 걸어왔어요.
여러분들과의 첫 만남이 어떨까, 어떤 느낌일까, 또 여러분과 어떤 에너지를 내가 주고받을 수 있을까 하고 그런 걸 곰곰이 생각하고 느끼고 이러려고 딱 들어왔는데, 내가 어디 공무원 첫 입사한, 아주 어디 행정고시 아니면 사법고시 붙은 분들 연수원에 처음 들어온 느낌 같은데, 조금 더 뜨거웠으면 좋겠고요.
여러분들이 어떻게 보면 물론 이미 사회생활도 시작했을 수 있고 다 각자 나름대로의 생활을 했을 거예요. 물론 ‘청년 교육단원’ 이런 이름으로 이 자리에 모여 있기는 하지만 저는 여러분을 아직 성숙되지 않은 그런 예술가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충분히 성숙된 그런 프로페셔널한 예술가의 반열에 있는 분들이 오늘 이 자리에 모여 있다’라고 믿고 있고 또 작년에 이미 이 과정을 거쳤던 350여분도 저는 충분히 (지난해) 연말에 발표하는 걸 보면서 희망을 느꼈고 그분들한테서 꿈을 좀 찾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배로, 600명이라는 우리 젊은 예술가들을 더 한번 만나보자, 이런 계획도 세워진 거고, 그럼으로 해서 뭔가 우리 각 분야별 문화예술계 여러분들이 대단히 새로운 활력소를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주 큰 기대를 제 가슴속에 품으면서 오늘 걸어왔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들한테,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그 환경의 변화가 지금 엄청나게 정말 태풍처럼 그 변화가 오고 있어요. 문화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로 넘어오면서 모든 분야에 향후 앞으로 5년, 10년 뒤에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예술을 할지를 정말 예상할 수 없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어요.
제가 불과 15년, 20년 전만 해도 그래도 우리가 순수예술은 보호해야 된다, 보존해야 된다 이런 입장을 강하게 갖고 있었어요. 근데 이제는 보호나 보존을 넘어서 이게 더 융합되고, 아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환경의 변화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어떤 예술의 형태로 국악, 판소리, 그 외에 우리 전통, 또 무용, 오페라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앞으로 5년, 10년 뒤에는 만나게 될 거다. 아마 그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기술의 발달이 너무나 빠르게,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뛰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그런 아주 정말 이 변화의 시기 이 혼란하고 예측 불가능한 그런 시대의 한가운데 여러분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이나 여러분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앞으로 어떤 정말 행동을 하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예술의 형태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건지, 이런 것들을 지금부터 확실하게 정립하지 않으면 아마 경쟁이나 내지는 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어쩌면 선택받지 못하는 예술가가 될 수도 있다. 그런 한가운데에서 여러분들은 더 치열하게, 더 정말 혼(魂)을 불살으면서 여러분의 예술 정신을 살려내야 할 의무와 책임감이 있다. 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하겠다, 제가. (박수)
박수 받으려고 이런 건 아니지만, 왜냐하면 올해 600명, 작년에 350명 그러면 거의 950명, 즉 1000명 가까운 말하자면 예술, 젊은 예술가들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거죠. 여러분은 어쩔 수 없이 정말 치열한 경쟁 속에 지금 놓여 있는 거예요. 이 중에서 몇 명이 살아남을지 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그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분은 정말 최선의 노력을 해주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여서, 참 여러분한테 몇 가지의 단어를 제시하고 싶어요. 그래서 아마 평생 여러분의 예술의 길을 가는 그 과정에서 오늘 저하고의 지금, 여기, 우리의 이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에 같이 나누고 있는 이 순간이 여러분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결핍, 두 번째로 상처, 고통·통증, 마지막 거울, 이런 네 가지의 단어를 여러분께 얘기를 하고 싶어요.
저는 늘 우리의 앞서 가신 선생님들이나 어르신들한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가 ‘결핍’이에요. 저는 그 얘기를 또 여러분들한테 주고 있는 겁니다. ‘예술가는 결핍이 있어야 예술이 제대로 되더라.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예술을 한다. 내가 99%의 노력을 하고 1%의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평생 노력하다가 결국 못 채우고 죽겠더라. 그 결핍이 나의 예술의 원동력이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핍을 채워주시길 바라겠고요.
내가 언젠가 한예종 졸업식 가서 한번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통증’은 우리가 아픈 거는, 병이 나거나, 누군가가 나를 때려서 아픈 그 순간은 그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처가 나면 그 상처는 오랫동안 계속 남아서 그 상처를 볼 때마다 과거의 일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는 거예요. 나는 여러분들은 우리 사회에서 ‘상처’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거울’과 같은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상처를 보면 과거에 통증도 기억나고 아픔도 기억나고 그 상처를 통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되는, 정말 귀중한 상처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우리 나라에서, 사회에서 상처와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여러분을 보면 자신의 과거와 미래, 현재를 계속 느껴줄 수 있는, 여러분을 통해서 자신의 감각이 다시 깨어날 수 있게 하는 그런 예술가, 상처와 같은 예술가가 꼭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스스로가 거울이 돼야 한다. 여러분 스스로의 거울도 있지만 사람들이 여러분을 통해서 거울과 같이 자신의 불확실한, 미스테리한 그 미래를 여러분을 통해서 볼 수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여러분은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 음악하시는 분들 많은데 저는 슈베르트 그 얘기를 늘 가슴에 담고 있어요. 슈베르트가 그랬어요. ‘내가 슬픔을 노래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사랑을 노래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슬픔으로 받아들이더라.’ 여러분은 그런 존재입니다. 여러분이 뭘 하든, 사람들은 그것을 정말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여러분의 생각과 행위와 그 모든 것들을 아마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얘기 마지막으로 하고 끝내겠습니다. 조금 길긴 했지만, 임파서블, 나는 어디에다 맨날 쓰고 그래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꼭 그런 멋진 존경받는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하시기를 기대하고, 저희 기성세대, (발표 무대의) 앞에 우리 감독님들 많이 계시지만 여러분들이 그런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 1년 정말 여러분을 위한 뒷바라지를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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