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유일의 여성학 석사과정인 계명대 여성학과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대학 측이 충원율 저조를 이유로 여성학과가 소속돼 있는 정책대학원 자체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다. 3·8 여성의 날을 앞두고 35년 전통의 학과가 폐과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수진과 재학생은 물론 여성계까지 나서서 존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일 여성계에 따르면 계명대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교수진은 전날 여성학과를 일반대학원에 개설해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대학 측에 제출했다. 대학 측은 신청서 접수 후 즉각 과 신설을 위한 심사에 돌입했다.
교수진이 직접 나서 과 개설을 요청한 것은 대학 측이 여성학과가 포함된 정책대학원을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책대학원에는 이 밖에도 행정학과·사회복지학과 등 총 5개의 학과가 있는데 모든 학과에서 지난 몇 년간 충원율이 지속 급감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학교 측은 이번 학기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으며 현재 재학생들이 모두 졸업하게 되면 정책대학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1990년 설립된 계명대 여성학과는 지난 35년간 수많은 여성학자를 배출하며 국내 여성학자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중반~2010년대 상지대·숙명여대·서울여대 등 숱한 대학들이 취업률 저조 등을 이유로 여성학과를 폐지할 때도 계명대는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특히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에서의 위상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실제 비수도권에서 연계·협동 과정이 아닌 독립된 분과로 여성학 석사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은 계명대 딱 한 곳뿐이다.
여성계에서도 학과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연대를 펼치고 있다. 이달 5일까지 약 1주일간 진행된 연서명에는 1000명 가까운 이들이 서명했다. 과 구성원과 동문들은 물론 여성계 주요 인사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서명 링크를 공유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계명대 여성학연구소 관계자는 “여성학과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다행히 많은 분들이 힘을 실어주고 계시고 학교도 일반대학원에 여성학과가 신설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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