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한 데 대해 법원이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취소 결정을 내리며 공수처가 궁지에 몰렸다. “무엇보다도 적법 절차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오동운 공수처장의 주장을 법원이 사실상 기각한 모양새다.
공수처는 7일 중앙지법이 윤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데 대해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과 관련해 검찰의 즉시 항고를 지켜볼 것”이라며 “재판부가 공수처의 위법성을 확인하거나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법원이 이날 윤 대통령 측 주장을 거의 받아들였음에도 공수처는 여전히 ‘적법 수사’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달 20일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취소 청구 심문기일에서 △피의자 인신 구속 문제는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하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의자 이익 중심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또 중앙지법은 공수처 주장과 달리 윤 대통령 측의 “구속 기간 공제는 ‘일’이 아니라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을 인용했다. 법원은 윤 대통령 측의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영장 청구는 위법”이라는 주장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일부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오 처장 등 공수처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 영장 청구에 대한 허위 답변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구속 취소는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8일 오 처장에 대해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처장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수사를 넘겨받아 기소한 검찰 역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공수처가 수차례 윤 대통령에 대한 ‘보여주기 수사’를 해 늦게 검찰에 사건을 넘겼는데 덩달아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올 1월 15일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1주일 이상 한 차례도 조사하지 못했다. 검찰도 당시 “구속영장 기한 논란이 있으니 하루빨리 사건을 이송하라”고 재촉한 바 있다. 이에 1월 23일 검찰이 윤 대통령 사건을 받았고 26일 오후 6시 52분께 구속 기소했다. 법원이 이날 밝힌 윤 대통령 구속 만료 시간은 같은 날 오전 9시 7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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