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석방 결정을 내리면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이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석방 소식을 접한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관저 앞으로 몰려들면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이후 조용한 일상을 보내던 한남동 주민과 인근 상인들은 다시 일대가 혼란스러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7일 오후 4시 대통령 관저 앞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몰려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들은 ‘문형배 사퇴하라’, ‘탄핵무효 계엄합법’, ‘이재명 구속’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었다. 소식을 접한 보수 유튜버들도 스피커가 장착된 차량을 몰고 와 ‘윤석열 석방’ 등의 구호를 반복적으로 틀고 있었다.
진보단체도 즉각 한남동으로 몰려들었다.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 등 진보단체도 관저 인근 루터교회 앞에서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진보단체와 보수단체 지지자들이 동시에 같은 장소로 몰리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진보 측과 보수 측 참석자들이 서로를 향해 “빨갱이”, “내란수괴 동조자” 등 욕설을 주고 받기 시작하자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만류했다.
도로도 통제되고 있다. 당초 8개 부대 500여 명을 관저 앞에 배치했던 경찰은 18개 부대 1100여 명으로 증원했으며, 경찰 버스를 동원해 관저 인근에 차벽을 치기 시작했다. 차벽이 세워지면서 관저 앞 도로 1~2개 차로가 통제되며 한 때 차량 통행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주민들은 한남동 일대가 다시 혼란스러워질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20대 주민 권 모 씨는 “체포영장 집행 당시 남산터널을 넘어가는 그 가까운거리가 너무 멀게만 느껴졌었다. 지하철을 타려고 해도 1시간정도 일찍 나왔어야 했다”며 “다시 그렇게 출근을 해야 한다니 눈 앞이 깜깜하다. 출퇴근도 문제지만, 당시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었었는데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날 한남동 인근을 지나치던 택시기사 40대 권 모 씨는 “한남동 인근은 이 시간에 이정도로 막히는 구간이 아닌데, 집회로 다시 통행에 불편이 생기고 있다”며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이 곳 통행을 꺼렸었다 다시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그 때의 혼란이 재차 반복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장 인근을 지나던 한남동 주민 30대 박 모 씨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집회가 진행돼 소음 등 불편함이 많았었다”며 “체포 이후 겨우 일대가 진정됐는데, 다시 시끄러워질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근 상인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관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불과 한 달 전 한남동에서 집회가 한창일 때 집회 참석자들이 무단으로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등 영업에 불편함이 많았었다”며 “최근에는 방문객들도 다시 동네를 찾기 시작하는 등 활기를 찾으려는 분위기였는데, 또다시 상권에 먹구름이 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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