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석방에 따른 여야 긴장감은 9일 최고조에 달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전반의 법적·절차적 하자를 확인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의 탄핵을 시사하는 한편 석방 조치가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며 여론전에 착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과 총리 동시 탄핵 선고’와 관련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 원내대표는 “조속히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무에 복귀하는 게 국정 안정의 제1요건”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탄핵 폭거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의 검찰총장 탄핵 검토 소식에도 “헌법상 특수협박죄로 다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쏘아붙였다.
헌재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였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헌재가 졸속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고 이후 내란죄 무죄 판결이 나오면 헌재는 감당할 수 없는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 대한 고발을 시작으로 공격의 화살을 공수처에 쏟아내기도 했다. 내란죄 수사권도 없이 수사에 착수해 윤 대통령을 ‘불법 구속’했다는 이유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공수처에 대한 해체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힌 뒤 “헌재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시기가 당초 예상되던 14일보다 더 미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찰을 정조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야 5당 비상시국 공동대응 원탁회의에서 “흔한 초보적인 산수를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고 당연한 항고도 포기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의도에 따른 기획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를 마친 야 5당은 심 총장을 공수처에 공동으로 고발하고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공동으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심 총장을 겨냥해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민주당은 심 총장을 즉시 고발 조치하고 즉각 사퇴를 거부하면 탄핵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이 심 총장 탄핵소추안을 실제 추진할 경우 윤석열 정부 들어 30번째 탄핵 소추가 된다.
민주당 비상행동도 윤 대통령 탄핵에 당력을 집중했다. 민주당은 오후 2시와 밤 10시 매일 두 차례 정기적으로 의총을 진행하고 저녁 시간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도 매일 참석하기로 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자정 이후에도 국회를 떠나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 5당의 공조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 탄핵 심판 선고일까지 매일 함께 집회에 참석해 연합 전선을 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날 집회에서도 야 5당은 대표자 공동성명을 내고 “꽃샘추위가 봄을 막아서도 봄은 이미 우리에게 오고 있듯이 헌법의 심판, 역사의 심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탄핵 선고 뒤에 윤 대통령의 거취와 행보에 따라 여론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며 “석방 자체의 유불리 판단이 어려워지자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을 우선으로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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