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직원에게 휴식을 지시한 후 복귀를 권유했다가 갑자기 회사가 직원을 사직처리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A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12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액세서리 유통업 등을 경영하는 법인으로, B씨는 이곳에서 상품기획자(MD)로 영업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B씨는 2023년 3월13일 회사 대표에게 “팀장과 대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다음날, B씨는 서명하지 않은 사직서를 촬영해 대표에게 보냈다.
회사 대표는 B씨에게 “MD개편을 진행할 계획이다”며 “조금 휴식을 취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며칠 후 부장에게 “근로가 어렵게 됐다”는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에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구제를 신청했다. A사 측은 B씨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를 수리해 합의에 따라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지노위와 중노위는 모두 B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A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도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제출한 사직서는 근로계약 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시키는 해약 고지가 아니라, 근로계약 관계에 대한 합의 해지 청약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직서 제출 행위는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겠다는 확정적 의사표시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직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는 대표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사직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업무를 재택으로 처리한 점, 다른 동료들도 B씨가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믿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합의에 의한 근로계약 종료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A사가 B씨에게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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