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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첨단전략산업기금의 파급 효과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을 국가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은 이미 수년 간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적인 투자와 정책을 시행 중이다. 중국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첨단전략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앞서가고 있다. 중국도 엄연히 노동법이 있어 하루 8시간, 주당 평균 44시간을 초과하면 안된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을 일한다는 ‘996’ 근무 문화는 물론이요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한다는 ‘896’ 문화, 심지어는 더 나아가 24시간 주 7일을 근무한다는 ‘007’ 문화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

숫자도 우리보다 훨씬 많은 인재들이 더 열심히 일하는 상황에 추가해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2023년 기준 약 664조 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기초연구분야 투자만도 연간 40조 원에 육박해 우리나라의 기초부터 산업화 연구까지 망라하는 전체 국가R&D 예산보다 30% 이상 많다. 첨단전략산업 분야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기 위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인재, 대체불가 기술력, 투자를 곱해 최고 역량을 끌어내야 하는데 인재와 기술력은 차치하더라도 정책투자에서도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5일 정부가 발표한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방안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들 중 하나로, 국내 첨단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다. 기존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금융 체계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효과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운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50조 원 규모로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이는 기존의 금융 지원 방식을 크게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방산·백신·로봇·수소·미래차·AI 등 다양한 첨단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해 기술 개발과 상업화를 촉진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기금의 주요 지원 방식으로는 기존의 저리대출뿐 아니라 지분투자와 후순위 보강 등이 포함돼 기존 대출 중심의 금융 지원에서 벗어나 다양한 금융 도구를 활용한 효과적인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금의 운용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문적인 자금 관리가 가능하도록 독립적인 기금운용심의회에 의해 관리된다. 심의회는 산업의 동향과 시장의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자금을 유연하게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각 투자 결정을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진행하고 자금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되도록 한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의 도입은 우리나라 첨단산업 중심의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제대로 운영된다는 가정 하에 기금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은 한국의 첨단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함으로써 국가의 미래 경쟁력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미래를 책임질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속적인 투자 또한 중요하다. 5년 정도 하고 중단하거나 하는 일 없이 꾸준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 분야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바이오와 같이 긴 호흡이 필요한 곳에는 인내자본 형태로 길게 지원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국가AI위원회와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첨단산업분야에서 범부처 역량을 총집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더해 대학·연구소·병원에서 창의·혁신·도전정신이 충만한 인재들이 대체불가의 기술들을 개발하면서 양성되고, 이 추세가 산업계로 이어져야 첨단산업 기초체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제대로 된 투입을 통해 자랑스러운 우리 기업들이 또 한번의 퀀텀점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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