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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업 경쟁력 좌우하는 기후규제 대응

신부남 한국에너지공단 기후행동이사

신부남 한국에너지공단 기후행동이사




10여년 전 기후대사로 활동했던 당시 우려했던 기후변화를 최근 들어 실감하고 있다. 중동과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이, 북미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이 빈번하다. 한반도 역시 북극 해빙 감소와 해수면 온도 상승의 영향으로 국지적이고 강하게 발생하는 한파와 함께 여태까지 겪어 보지 못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어 ‘삼한사온’은 옛말이 됐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다. 2023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산업 부문 비중이 잠정적으로 약 38%라는 사실은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주체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함을 시사한다. 철강·정유·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국내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 국제적으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기후규제와 함께 관세 전쟁, 과다 생산에 따른 출혈 경쟁 등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이에 대응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산업체의 에너지 절감과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사용·공급시설에 최적화된 에너지 효율 개선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중 하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가 관리하고 있는 에너지진단은 개선전 에너지 사용 현황을 기준점으로 설정하고, 예측가능한 디지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최적의 에너지 절감 방안을 도출하고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정하는 과정이다. 기본적인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생각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에너지진단을 통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난해부터 국가에너지 공급망의 한 축인 4대 정유사와 함께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에너지혁신기술협의체를 발족했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협의체 활동을 통해 약 4만tCO₂-eq의 온실가스 감축, 92억 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우수 감축사례를 공유했다. 정유사들은 공유된 사례를 각 기업의 현장 상황에 맞춰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4대 정유사의 요청에 따라 에너지공단이 주관하고 있는 협의체 활동은 개별 기업 차원의 기술 공유 한계를 극복하는 플랫폼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도 혁신 기술의 발굴과 공유에 주력함은 물론 중소기업에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상생협력으로 확장하고, 철강·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확대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한계가 있다. 동종업계 간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에너지 절감 기술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협의체 활동은 산업 전반의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중립 대응력 강화뿐 아니라 공급망과 밸류체인 내에서 관계 기업 간 연계를 통해 글로벌 기후규제 대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변화는 국제사회가 직면한 생존 문제이며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 향상은 산업계의 필수 과제로서 지속가능성을 넘어 국가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산업계 기후행동의 출발점인 에너지진단과 기업 간 상생협력 네트워크를 통한 체계적인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이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계 기후행동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기후규제 대응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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