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2명이 정식 해고 통보를 하지 않고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도록 유도하는 '사실상 해고'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회사가 권고사직을 통보한 뒤 업무를 부여하지 않거나 사무실 출입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등의 방식으로 퇴사를 유도한다고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실상 해고 경험·목격' 설문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회사가 정식 해고 통보를 하지 않고 스스로 그만두도록 유도하는 상황을 한 번이라도 보거나 목격했다고 답한 직장인은 27.0%였다. 유형별로 나눠 보면 구두 해고 또는 권고사직을 통보한 후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을 경험하거나 봤다는 응답자가 15.3%로 가장 많았다. 당사자 자리에 채용 공고(12.9%), 사무실 출입 비밀번호 변경(11.5%), 사무실 서버(네트워크) 접속 금지(10.5%)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1월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직장인 A 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상사에게 신고했더니 가해자와 강제로 면담을 했고 이후 업무에서 배제됐다. A 씨는 "(회사) 시스템 접속도 되지 않았다"며 "회사에 출근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부당해고를 당한 뒤 구제신청 과정을 거쳐 회사로 돌아왔다는 직장인 B 씨는 "사무실 안에는 자리가 없다며 안내 데스크 쪽에 자리를 줬다"며 "회사 전체 서버나 메일 접속도 막았다"고 하소연했다.
직장 규모가 작을수록 '사실상 해고' 경험·목격 응답자 비율이 낮았다. 민간 300인 이상 직장에서는 각 상황에 대한 응답이 9.1~19.4%로 나타났지만, 민간 5인 미만 직장에서는 1.8~10.3%로 비교적 적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이런 차이가 5인 미만 기업은 현행법상 정식 해고 자체를 거칠 필요가 없어 벌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양현준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법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규정을 우회해 사직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며 "권고사직 외형을 갖췄더라도 사실상 해고라면 해고로 보는 일관된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실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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