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철강 등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선방하던 자동차 산업에도 경고음이 울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10일 발표한 ‘2024년 세계 자동차 생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412만 8000대에 그쳐 글로벌 순위가 7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멕시코가 지난해 420만 3000대를 생산해 한국을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전체 자동차 생산이 줄어든 것은 수출 증가(0.6%)에도 불구하고 내수 판매가 2013년 이후 최저치인 163만 5000대에 그친 영향이 컸다.
게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자동차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부터 자동차에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현재 무관세인 자동차에 25% 관세가 매겨지면 수출 규모가 연간 64억 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잖아도 한국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중국 비야디(BYD)는 국내 상용차 시장에 이어 승용차 시장까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이런데도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우리나라 미래차 분야의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자동차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지난해 국내 2000여 개 자동차 부품 업체를 조사한 결과 인력 부족 규모가 총 3781명에 달했다. 미래차에 탑재하는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추가로 필요로 하는 인력이 1784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KAMA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톱10’ 생산국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노사 모두 위기 의식을 갖고 기술 경쟁력 강화와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정부는 미래차 분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 등 세제·예산 지원에 적극 나서고, 기업은 기술 개발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노조도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자동차 경쟁력 제고에 힘을 보태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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