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연설하고 있을 때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귀를 감싸며 고개를 숙였던 트럼프 후보는 잠시 후 오른쪽 귀에 피를 흘리며 일어나 주먹을 치켜든 채 “파이트(fight·싸우라)”를 외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트럼프 후보가 아슬아슬하게 암살 위기를 모면한 모습을 지켜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곧이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는 서로가 오랜 앙숙이었다는 점에서 고뇌 끝의 선택이었다. 머스크는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기업 총수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하면서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 노조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을 부르지 않자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싹텄다. 머스크가 보수우파 쪽으로 방향을 튼 결정적 계기는 그의 아들 중 한 명이 성전환수술을 하고 절연한 것이었다. 민주당의 ‘학생 성정체성 부모 통지 금지법’ 등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워크(woke)’ 문화에 질린 머스크는 이후 진보 진영을 적대시하게 됐다.
머스크가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후유증과 관련해 “대단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 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머스크는 미국의 ‘일시적 경기 침체를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트럼프 발언 탓에 테슬라 주가가 15.4%나 폭락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그래도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일을 1년 더 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DOGE 수장으로 추진 중인 미국 연방공무원 대량 감원 정책도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에 봉착했다. ‘트럼프 리스크’가 몰고올 후폭풍 속에 머스크가 또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다. 우리도 변화무쌍한 국제 질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