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3차 국정협의회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32분 만에 결렬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 대해서는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소득대체율(받는 돈)에서는 국민의힘은 40%에서 43%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민주당은 44%로 인상하자며 맞서고 있다. 여당은 연금 가입자가 줄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연금액을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방안도 내놓았다. 민주당은 한때 ‘소득대체율 43%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당 논의 결과 자동조정장치 없이 44%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반발해 협의가 빈손으로 끝났다.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된 뒤 2056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방안대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모두 4%포인트씩 높이면 연금 고갈 시점은 7~8년 늦춰질 뿐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보다 더 올리면 미래 세대 부담을 덜어내기 어려운데 44%까지 올리면 연금 개악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보험료율을 찔끔 올리고 소득대체율 높이기에 집착하는 것은 선거 표심을 의식한 땜질 개혁안으로 연금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2007년 이후 멈춘 연금 개혁을 이대로 방치하면 미래 세대는 시한폭탄을 떠안게 된다. 연금 충당 부채를 떠안아야 할 뿐 아니라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연금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소득대체율을 가급적 현 상태에서 묶되 보험료율을 여야가 제시한 13%보다 더 올리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국민 여론조사 결과 보험료율 13% 인상은 물론 15% 인상도 감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연금 보험료율 평균이 18.2%에 이른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연금 선진국들이 이미 채택한 자동조정장치도 이번에 도입해야 한다. 여야는 모수·구조 개혁 논쟁을 접고 ‘더 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 연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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