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내년 의대 증원 0명’이라는 방안까지 내놓았는데도 의료계는 문제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억지 주장만 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문제는 덮어놓고 돌아오라는 얘기로만 들린다”며 갈등을 부채질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8일 내부 회의에서 ‘내년 의대 신입생을 한 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내년 의대 증원 0명’에 합의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자 의사협회는 한술 더 떠 ‘내년 의대 정원 0명’이라는 무리하고 오만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여전히 학교와 병원으로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다수의 의대 신입생들도 수강을 거부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더는 유연화 조치가 없을 것”이라며 의대생들의 복귀를 호소했다. 의료계는 환자들과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고충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과도한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내년 의대 신입생을 한 명도 뽑지 말자는 것은 의대 수험생들의 권리를 완전 박탈하는 것으로 수험생의 반발뿐 아니라 의료 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의료계가 2000년 의약분업, 2020년 의대 증원·공공의대 신설 논란 당시 집단 휴진으로 정부 계획을 무산시킨 전례를 믿고 도 넘은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체계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의대 증원 조건부 백지화’를 수용했다. ‘백기 투항’이란 지적까지 받아가며 내놓은 ‘내년 증원 0명’은 1년 넘게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을 수습할 수 있는 마지막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의료계가 계속해 무리한 요구를 내놓으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법적 부담 완화 등 의료계가 요구하는 사안들이 이미 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의료계는 억지 주장을 접고 제자리로 돌아와 의료 정상화와 의대 정원, 필수의료 강화 방안 등을 놓고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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