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로 확산되고 있다. 10일 나스닥 지수가 4%나 급락하는 등 뉴욕 3대 지수가 R의 공포에 질린 가운데 11일 한국 증시도 32.79포인트(1.28%)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미국에 부(富)를 다시 가져오는 과정”이라며 “일정한 과도기적 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폭탄은 이미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0% 상승했고 골드만삭스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7%로 낮췄다.
미국의 경기침체 공포는 미국·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폭풍을 몰고 온다. 미국 경제가 추락한다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 1%대보다 더 낮은 0%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 환율도 더 불안해질 수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12일부터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우리 수출 기업들에 ‘관세’와 ‘경기침체’라는 두 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안겨주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건설업 부진과 수출 둔화로 우리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이은 경기침체는 우리 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정교한 협상 전략을 마련하고 경기침체 심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미 간 ‘협상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이제는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산업 협력 방안을 포함한 패키지 딜을 마련해 트럼프 측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와 여야는 국정협의회를 재가동해 실기하지 않고 신성장 동력 점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합의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활성화 입법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미국의 경기침체를 포함한 ‘트럼프 스톰’이 우리 경제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여야정이 힘을 모아 튼튼한 방파제를 구축해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