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46% 수익. 사기 혐의로 입건된 한 온라인 유사 수신 업체가 피해자들을 끌어모으며 약속한 이율이다. 연일 신문 사회 면을 장식하는 다른 사기 업체들도 대부분 비슷한 수익을 내세운다. 댓글 창은 ‘속는 게 바보’라며 혀를 끌끌 차는 글들로 도배된다.
기자도 한 업체의 허위 유튜브 광고를 직접 시청하기 전까지는 비슷한 생각이었다.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평범한 인상의 한 중년 여성이 직접 계좌를 보여주며 수익을 인증하고 있었다. 같이 출연한 아나운서 역시 인공지능(AI)이 아닌 실제 인물이었다. 사기인 것을 알면서도 ‘이 모든 게 다 연기라는 건가’라는 생각에 인지 부조화가 왔고 노인들은 오죽하겠나 싶었다.
가짜 보도 자료를 뿌려 사기를 치는 사례도 있다. 미국 유명 투자은행(IB)을 사칭한 한 업체는 ‘채권 한국인 가입자가 2배 늘었다’는 허위 보도 자료를 뿌렸고 군소 언론사는 물론 유명 매체 몇 곳마저 이를 그대로 받아 적었다.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유튜브 영상은 여전히 삭제되지 않았다. 누적 조회 수는 188만 회에 달하고 피해자 단톡방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IB 사칭 업체의 경우 이번에는 유명 헤지펀드를 사칭한 쌍둥이 사이트를 만들어 또 다른 먹잇감을 찾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당은 이런 사기 행각을 1년여 전부터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사기 수법은 나날이 진화 중이지만 당국과 수사기관은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수사권 없는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사이트 URL 차단과 소비자 경보 발동 정도다. 경찰 수사 역시 속도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온라인 사기 특성상 전국에서 고소장이 밀려드는데, 우선 일선 서에서 접수한 후 이를 병합해 집중 관서에 배당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신고 접수 단계부터 수사, 추가 피해 예방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경찰이 추진하는 ‘다중피해사기방지법’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좌절됐지만 이번에는 꼭 통과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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