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새론이 최근 생을 마감한 데 이어 10일 가수 휘성(본명 최휘성)의 사망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기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휘성은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김새론이 사망한 지 24일 만이다. 휘성의 사망과 관련해 경찰은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휘성의 가족이 소방당국에 신고했을 당시 현장에선 수면유도 성분의 약물이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밀한 부검 소견은 약 2주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두 스타 사망에는 닮은 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과거 사회적 논란을 빚었으나 다시금 활동 의지를 불태우고 있던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휘성은 오는 15일 동료 가수와 함께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고 김새론은 복귀작 ‘기타맨’의 개봉을 앞둔 상황이었다.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려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들을 옭아맸던 족쇄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용서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지독한 ‘캔슬 컬처’의 결과
전문가들은 김새론과 휘성의 죽음이 국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지독한 ‘캔슬 컬처’(Cancel culture)에 기반한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캔슬 컬처’는 ‘취소하다(cancel)’와 ‘문화(culture)’의 합성어로, 누군가가 올바름의 기준에 어긋나는 언행을 했을 경우 그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면서 배척하는 집단적 현상을 일컫는다. 휘성은 약물 남용, 김새론의 경우 음주 운전으로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다. 잘못한 일은 비판을 받아야겠지만, 때론 ‘비판’이 아닌 ‘비난’의 형태로 나타났고 그 과정에서 도를 넘은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하기도 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이사(정신과 전문의)는 “사회 전반적인 스트레스가 높을 때 공격성을 담은 분노의 표현이 많아진다”며 “특정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그 사람에게 쏟아붓고 악마라고 낙인찍은 채 거침없이 혐오를 표현한다. (이러한 현상은) 해당 사회가 전반적으로 각박하고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는 또 “사회 전반적인 정서가 비난과 혐오의 정서로 흘러가고 있다”며 “혐오를 당하는 사람에게도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주지만 혐오를 하는 당사자도 화풀이로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진 않는다. 오히려 자기 자신의 마음을 황폐화시키고 화를 내면 낼수록 계속 불만이 차오르는 현상을 만들어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가 혐오와 비난으로 가고 있지 않은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화합, 용서, 관용을 보이는 것이 아닌, 저주와 욕설 비난 혐오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스타이기에 더 어려운 ‘도움 청하기’
정 이사는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있는 것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정신 및 신체적인 질환, 경제적인 어려움, 약물 남용 문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이외에도 트라우마 등이 있으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직접적인 이유로는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힘든 상황인데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 때, 관계로부터 고립되었을 때 개인은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이사는 이어 연예인들이 놓인 특수한 상황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고 해서 남들보다 도움을 쉽게 받거나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다면 오해다. 오히려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 도움받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꺼릴 수도 있다”며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대중들의 선입견과 오해를 받을까 봐 꺼리기도 하고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속마음과 힘듦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기도 하다. 늘 남을 의식해야 하고 자신의 비밀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스타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일반인에서 동료 연예인들까지…죽음 확산하는 ‘베르테르 효과’도 경계해야
연예계를 중심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잇따르자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베르테르 효과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유명한 사람의 죽음, 특히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에 심리적으로 동조해 이를 모방하는 사회 현상으로,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가 1774년 출간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창안된 개념이다. 실제로 이은주, 최진실, 설리, 구하라 등 유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일반인의 사망이 급증한 사례는 여러 번 보고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이사는 “일반인들의 경우 연예인들에게 관심이 많을수록 심정적으로 가깝게 느끼고 자신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작업을 좋아했던 팬들은 그들의 삶의 기쁨, 슬픔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게 된다”며 “그들의 죽음이 발생했을 때 그들의 절망감, 고통을 자신의 고통과 중첩해 부정적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동료 연예인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건강과 충동에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남의 일처럼 느끼지 않는다. 이선균 사건 때도 동료 연예인들이 굉장히 힘들어했다”며 “언론 또한 진실 보도라는 중요한 역할이 있지만 해당 보도가 개인의 인권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보도라면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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