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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6조 치매 치료제 시장 잡자"…제약·바이오업계, 신약 개발 팔걷어

전 세계 치매환자 1.4억명 달해

게임체인저 '레켐비' 등장에 주목

아리바이오 글로벌 임상 3상 진입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이 활발하다.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1억 4000만 명으로 치료제 시장 규모는 내년 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치매의 발병 원인이 복잡하고 약물이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기 어려워 임상시험 성공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등장하며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의 경우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치매 치료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업화까지는 아직 더 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레켐비는 미국·일본·중국에 이어 한국에서 네 번째로 허가받아 국내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 타우 단백질 변형, 신경 염증 반응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다. 기존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쳤을 뿐 질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 개발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2021년 18년 만에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지만 부작용 논란으로 상업화가 중단되면서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2023년 레켐비가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치료제로 등장했다.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쌓인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인정 받은 것이다. 뇌출혈·뇌부종 등 부작용 논란에도 2023년 글로벌 출시 이후 약 206억 엔(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레켐비 뒤를 잇는 신약으로는 일라이릴리의 ‘키순라(도나네맙)’가 꼽힌다. 키순라는 레켐비와 동일하게 아밀로이드 베타에 작용하는 항체 주사제다. 임상 3상에서 키순라 투여군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대조군 대비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7월 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는 2~3년 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여러 가지 원인을 타깃하는 다중기전 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해 국내 기업 중 가장 빠른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중반 예정된 중간 결과 발표 이후 글로벌 판권 기술이전 협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젬백스(082270)앤카엘은 레켐비와 같은 방식으로 치매를 치료하는 ‘GV1001’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GV1001은 미세아교세포와 성상교세포에 존재하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수용체에 결합해 뇌 내 염증을 억제한다. 차바이오텍(085660)은 줄기세포 치료제 ‘CB-AD-02’를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억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태반 조직에서 추출한 기능성 세포로 대량 배양, 세포 동결 기술에 기반을 둔 게 특징이다. 지엔티파마는 지난해 퇴행성 뇌 신경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크리스데살라진’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 환자 급증에 대비해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된 신약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들이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여서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젠·로슈·일라이릴리 등 빅파마들이 오랜 기간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해 신약을 개발했지만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알츠하이머는 정복하기 쉽지 않은 분야”라고 말했다.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정책이사(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스라엘 정부의 백신 확보 전략에서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화이자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빠르게 도입해 백신 접종에 따른 감염률 추이 분석에 대한 자료를 제공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MRI·PET 등 치매 진단 검사의 접근성이 높고 전달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국가여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리얼월드 데이터를 얻기 용이해 ‘테스트베드’로서 매력이 크다고 느낄 수 있다”며 “레켐비에 이어 유망한 치매 신약을 빠르게 도입하고 초기 치매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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