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촉발된 주택 매수심리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남 3구의 경우 신고가가 잇따르면서 호가가 높아지고 마용성 지역에서는 높은 금액에 계약이 이뤄지는 추격 매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저가 매물이 여전히 쌓여 있는 서울 외곽은 금리 인하 속도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신고일 기준) 강남구의 2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42건으로 전월 대비 180% 늘었다. 이는 거래량이 저조한 종로구를 제외하면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이어 강동구(168%), 양천구(163%), 강북구(160%), 성동구(159%), 마포구(154%), 노원구(142%) 등 강북 지역이 서울 전체 거래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송파구와 서초구는 거래가 각각 109%, 1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마포구의 2월 거래량은 250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303건)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성동구도 1월 179건에서 2월 279건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6000건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까지 거래량은 4501건으로 하루 새 322건 급증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바 있다. 2월 매매계약 신고 기한은 이달 말 까지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강남 3구에서 매수심리가 확산하며 마포·용산·성동·강동 등 20억 원 미만 신축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최근 자금 조달 계획 등 거래 과정이 깐깐해진 것을 고려하면 신고 기한인 30일을 꽉 채우는 사례가 많아 2월 총거래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고가도 눈에 띄게 늘었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신고가 비중은 올해 1월 25%에서 2월 44%로 대폭 커졌다. 같은 기간 송파구(11%→13%)와 강남구(33%→37%)도 신고가 비중이 늘었다.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는 송파구 신천동 ‘장미1차’ 전용면적 82㎡는 지난달 19일 23억 60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84㎡도 같은 달 34억 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강남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가 크게 오른 탓에 3월 들어 매매 거래는 주춤한 상태이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이뤄지는 거래마다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용성’에서는 저가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연초만 해도 중층 기준 16억 원대에 매물이 있었지만 현재는 17억 원부터 나와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전용 59㎡ 고층 매물이 18억 원대에 팔렸다. 염리동 ‘마포자이’ 전용 135㎡도 지난달 26일 23억 95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광진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학군지로 전세 수요가 많다 보니 갭투자를 원하는 30대 수요자가 부쩍 늘었다”며 “저층을 제외하고는 1~2주 이내에 매물이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서울 외곽 지역은 시세 변동이 아직 크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3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하락했다. 강북·도봉구(-0.02%)도 내림세를 유지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지난달 평균 신고가 비중은 4%에 불과하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전용 84㎡는 지난달 9억 1000만 원(7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같은 층 실거래가와 동일한 금액이다. 반면 매물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도봉구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한 달 전과 비교해 6% 늘어 서울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이어 중랑구(5.8%), 금천구(5.7%), 강북구(5.5%), 노원구(5.5%), 동대문구(5.2%) 등의 순이다. 동대문구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위해 집을 내놓은 집주인은 많아졌는데 아직 매수자가 유입되지 않아 호가가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6000건을 넘어서면 외곽 매매가격도 오르는 대세 상승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5월 5301건에서 늘어나 7월 9224건으로 정점을 찍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작된 9월 3000건으로 꺾인 바 있다. 당시 서울 아파트 값은 5월부터 6개월간 가파르게 상승한 바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3단계 스트레스 DSR 효과보다 금리 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 수요보다 실거주 수요가 많은 지역의 아파트 값이 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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