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각적인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는 진정됐지만 세부 항목에서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줄어드는 신호가 나타났다. 아직 관세의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월가에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11월 CPI는 전년보다 2.8% 올랐다. 전월에 3.0%에서 오름세가 다소 줄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망치는 2.9%였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 0.5%, 예상치 0.3%를 모두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PI 상승률은 전년대비 3.1%를 기록했다. 전월 상승률 3.3%보다 개선됐으며 예상치 3.2%를 하회했다. 전월대비로는 0.2% 올랐다. 마찬가지로 전월 상승률 0.4% 보다 오름폭이 줄었으며 전망치였던 0.3%를 하회했다.
지난해 11월 부터 석달 연속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던 휘발유 가격 상승률이 -1.0%로 하락세로 돌아선 점은 유리한 요인이었다. 직전월 전월대비 6.2% 올랐던 난방유(Fuel oil)도 0.8%로 오름폭이 줄었다. 다만 전기 가격(1.0%)이 크게 오르면서 전체 에너지 부문 상승률도 0.2%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에너지 가격이 전체 CPI에 0.1%포인트 상승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근원 상품 물가 오름폭은 전월 0.3%에서 2월 0.2%로 둔화했다. 전년대비로는 상승률이 -0.1%를 기록했다. 신차 가격 상승률이 -0.1%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상품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서비스 부문 물가는 전월대비 0.3% 올라 직전월(0.5%) 보다는 오름세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직전월 3% 대로 다시 올라갔던 CPI 변동률이 내려오면서 월가는 일단 안도하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전반적인 수준이 연준의 2.0% 물가 목표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데다 관세의 영향이 드러나기에는 이르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도 뚜렷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관세를 발효했지만 경제학자들은 1기 당시 경험에 비추어 통상 관세 부과 후 약 2~3개월 이후 보고서에 관세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프린시펄자산운용의 시마 샤는 1월 CPI에 대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즉각적 우려를 피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면서도 “관세가 시행되면 적어도 일부 가격 인상이 가시화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추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가 폭풍 전에 고요함을 유지하는 지표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이번 보고서에서 신차 가격 상승률은 마이너스였지만, 4월 이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유예 조치가 종료된 이후 신차 가격은 다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1월 0.8% 올랐던 중고차 가격은 신차 가격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더 커질 수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재량소비재 품목 가격상승률이 완화했다는 점에서 소비 둔화의 징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재량소비재품목인 항공료는 전월대비 3.4% 하락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2월 CPI는 재량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약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며, 다른 지표에서 분명히 나타난 지출 감소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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