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7% 이상 상승한 가운데 자치구별 변동률이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성동·용산구 등 5개 구는 두 자릿수 오름세를 나타낸 반면 노원·강북·도봉·구로·금천·관악구 등 6개 구는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서울 지역 내에서의 시장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13일 국토교통부의 서울 25개 자치구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에 따르면 서초구는 올해 11.63%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강남구(11.19%)와 성동구(10.72%), 용산구(10.51%), 송파구(10.04%), 마포구(9.34%) 등도 10% 안팎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관악구(2.7%)와 노원구(2.55%), 금천구(2.39%), 구로구(1.85%), 강북구(1.75%), 도봉구(1.56%) 등은 서울 평균 상승률(7.8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광진구(8.38%)와 강동구(7.69%), 양천구(7.37%), 영등포구(7.06%) 등은 7~8%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과 관련, 국민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실화율을 지난해와 같이 69%에 고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부동산 현실화율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계획을 폐지하지 않았다면 올해 현실화율은 지난해보다 9.4%포인트 높은 78.4%에 달하게 됐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 보유세와 부담금 증가, 복지 수혜 축소 등 국민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올해 공시가격은 시장가치와 유사한 수준에서 변동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현실화율 동결 조치로 한숨을 돌렸지만 시세 변동률만으로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연장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의 조치에도 학군지와 재건축 호재 등으로 투자 수요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가 거래 건수는 강남구가 224건으로 최대를 나타냈다. 이에 지난해 11월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4.15㎡가 기존 최고가보다 3억 원 이상 오른 52억 50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현금 부자들의 주택 매매 수요는 여전히 살아 있다”며 “지난해 말 서울 강남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기대감과 재건축 호재 등으로 강남 3구에 대한 투자 관심은 꾸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 동북권의 노원·도봉·강북구와 서남권의 관악·구로·금천구는 1~2% 상승에 그치며 대조를 이뤘다. 지난해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본격화하며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20·30대 주택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가 낮아지면서 매매 가격도 직접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격히 올랐다”며 “조달 금리 부담이 생기면서 서울 지역에서 9억 원 이하의 아파트가 몰린 노원·도봉·강북·구로·금천구 등이 가격 조정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수도권과 지방 간에도 뚜렷이 나타났다. 서울과 함께 경기(3.16%), 인천(2.51%) 등 수도권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대구(-2.90%), 광주(-2.06%), 부산(-1.66%), 대전(-1.30%) 등 지방 광역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대구와 부산·광주·전남·경북·경남·제주 등 7곳은 3년 연속 공시가격이 내려가며 뚜렷한 침체 양상을 보였다. 세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6.44% 올라 가장 많이 상승했는데 올해는 3.28% 떨어지며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보였다.
한편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는 다음 달 30일 결정·공시된다. 결정·공시 이후 5월 29일까지 한 달간 이의신청을 받고 재조사 및 검토 과정을 거쳐 6월 26일 조정·공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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