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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급식이 즐거워지는 순간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얼마 전 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전직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가 ‘급식 대가’라는 이름으로 출연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굴지의 셰프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쟁을 펼친 그의 음식에는 “멈출 수 없는 맛”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 같은 극찬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이 스테인리스 식판에 담긴 소박한 한 끼의 식사에 그토록 열광한 것은 음식 자체의 맛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급식과 집밥은 흔히들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 급식을 먹으러 가면서 “한 끼 때우자”라고 하는 반면 몸과 마음이 허기질 때는 “집밥 먹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급식에 집밥이 나왔으니 그야말로 반전이다.

현대사회에서 급식은 일상이 됐다. 2024년 기준으로 급식을 먹는 인구는 하루 평균 2000만 명 수준으로 전체 인구의 약 40%로 추정된다.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부부는 직장에서, 그리고 연로한 부모님은 시설의 돌봄을 받으며 적게는 하루 한 끼, 많게는 세 끼 전부를 급식으로 먹는다. 대부분의 가족이 매일 밖에서 급식을 먹고 있으니 급식에도 집밥 같은 정성이 담기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시설에는 영양사를 둬야 한다. 그렇지만 급식 인원이 적은 시설에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예외로 하고 있다. 어린이나 어르신 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계층이 이용하는 시설일수록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많은 소규모 시설에서 체계적인 급식 관리를 받기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년부터 급식관리지원센터를 설치해 영양사가 없는 소규모 어린이 급식소에 대해 위생 및 영양 관리를 지원해오고 있다. 2022년에는 늘어가는 고령 인구를 고려해 ‘노인·장애인 등 사회복지시설의 급식안전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마련, 어르신과 장애인까지 지원을 확대했다.



급식관리지원센터에 있는 영양사가 급식 현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칼·도마 등 조리 기구가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식재료의 소비 기한이나 보관 온도가 적절한지 등을 확인하고 개선을 도와준다. 또한 연령과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골고루 갖춘 식사가 제공되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건강한 식습관 형성과 어르신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맞춤형 식생활 교육도 운영한다.

이러한 지원에 대해 시설 종사자, 이용자, 보호자 모두 90점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조리 환경과 식재료 관리 등 식품위생 수준이 향상됐다는 시설 관계자의 응답도 97%에 달한다. 보호자들도 전문 영양사가 시설을 방문해 식사를 관리해주니 안심이 된다고 한다.

최근 학교·병원·복지시설뿐 아니라 학원·공동주택에 이르기까지 급식이 확대되고 있다. 소규모 급식 시설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급식 관리를 위해 ‘급식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영양을 고루 갖춘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급식은 그저 밥때가 돼 끼니를 때우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가 먹든지, 어디에서 먹든지 안전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위생적인 조리 환경에서 영양을 고루 갖춘 식사여야 한다. 우리 아이가, 우리 부모님이 어디에서든 밥을 잘 먹었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 식약처가 바라는 ‘따뜻한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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