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술의 해외 유출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경찰이 검거한 해외 기술유출 범죄가 역대 최다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은 13일 지난해 해외기술유출 사건을 총 27건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수사본부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에 해당한다. 해외기술유출 사건은 2022년 12건, 2023년 22건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국가별로는 중국으로 20건이 유출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미국은 3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과 베트남, 독일, 이란도 각각 1건씩을 기록했다.
기술별로는 반도체가 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디스플레기 8건, 전기전자 3건, 정보통신 2건이 그 뒤를 이었다. 자동차 및 철도, 조선, 생명공학, 기계, 기타 등도 각각 1건씩이었다.
지난해 검거된 27건 중 11건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해외 유출 사건으로, 이 역시 국가수사본부 출범 후 최다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은 2021년 1건, 2022년 4건, 2023년 2건 등으로 그간 한자리수를 나타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기술유출 사건 중 해외 유출사건이 차지하는 비중도 그간 10%대를 유지해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20%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기술유출 사건 비중은 2021년 10.1%, 2022년 11.5%, 2023년 14.7%, 2024년 22.0%로 꾸준히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은 지난해 피의자가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하고 받은 급여·체류비용 등을 특정해 기소 전 추징보전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에 집중했다. 경찰은 8개 사건에서 65억여 원 상당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2건에 대해 6500만 원가량을 거둔 것에 비해 약 100배 늘어난 수준이다.
일례로 경찰은 지난해 9월 피해업체 영업비밀을 촬영해 외국 업체와 기술이전 계약에 부정 사용한 피의자들의 자동차·예금·주식 등 21억6000만 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피해업체의 게임 소스 코드를 전자우편으로 유출해 부정 사용한 피의자들이 외국 업체로부터 받은 개발비 등 13억 원을 환수했다.
경찰청은 향후 우리나라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해외 기술유출 단속 강화 ▲기반시설 확보 및 제도 개선 ▲관계기관 협력 강화 ▲피해신고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지정해 추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도경찰청 전담 수사팀의 첩보 수집, 기술 보호 설명회 등 외근활동 및 디지털포렌식, 범죄수익 환수 등 전문교육을 강화하고, 기술유출 분야 위장수사 도입 검토 등 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라며 “범정부 기술유출 합동 대응단, 인터폴 등 국내외 관계기관과 지속 협력을 통해 기술 보호 정책을 고도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첨단화·조직화하는 해외 기술유출 범죄의 근절을 위해 전담 수사관 증원 및 전문교육을 하고, 무엇보다 중기부·산업부 등 관계기관들과 힘을 합쳐 범정부적 대응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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