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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 트럼프 다루는 법…실용주의 리더십 뜬다

■'거래의 기술'에 맞선 '협상의 기술'

내달까지 '관세 널뛰기' 예상 속

트럼프 '저항'하면 더 세게 때려

강경·협상·신중 대응 방식 주목

EU·中 "즉각 보복관세"와 달리

英·獨·멕시코 등은 설득·존중

스타머·셰인바움 지지율 상승

NYT "중도 정치인들에게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가 1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4월 2일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그때까지) 유연성을 유지하겠지만 한번 시작되면 유연성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1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이같이 응수했다. 4월 2일은 미국이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상호 관세를 발표하기로 한 날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다가 반나절 만에 철회하며 정책 혼선을 빚었는데 앞으로도 이 같은 ‘널뛰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로 읽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저항하는 국가에는 강경 대응과 보복을 예고하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도 재확인했다. 미국 측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조치에 유럽연합(EU)이 260억 유로(약 41조 원) 규모의 보복관세를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며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아일랜드의 대미 무역흑자(870억 달러)를 거론하며 압박을 가하는 등 ‘장사꾼 본색’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이라는 데드라인을 내밀며 협상안을 가져오라고 주문하는 가운데 주요국 리더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에 대처하고 있다. EU와 캐나다·중국은 즉각 보복에 나선 반면 영국·멕시코·브라질은 보복 조치 대신 협상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트럼프의 입맛에 맞춰 ‘아부의 기술’을 보여줬던 일본은 트럼프의 관세 과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온건파로 분류되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가 전 세계에 부과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보복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EU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성사시키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설득을 통해 통상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스타머 총리의 지지율은 실용주의 노선과 유럽 내 안보 협력 강화를 추진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30%(8일 기준)로 2월 말보다 7%포인트 올랐다.



독일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 역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EU 자강론을 내세우는 등 트럼프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메르츠 대표는 대규모 국방비 지출을 위해 기본법(헌법)의 엄격한 ‘부채 브레이크’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트럼프가 유럽 안보에서 손을 떼겠다며 협상 수단으로 삼고 있는 데 대응해 ‘강한 독일’을 만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미 지역에서도 트럼프의 ‘매드 맨(mad man)’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냉철한 리더십이 주목을 끌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며 국민적 지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상대 진영에서 ‘얼음여왕’이라는 별명을 붙일 만큼 정치적 약점으로 여겨졌던 냉철한 스타일이 트럼프 대처에서는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자유당 대표는 경제 전문가 경력을 내세우며 경제 위기 속에서 안정적인 정책 운영을 예고해 86%의 득표율로 당 대표 및 캐나다 차기 총리로 뽑혔다. 최근 캐나다 내 반미 정서가 확산하면서 자유당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만큼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4일 신임 총리로 취임하는 카니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주권을 존중한다면 만날 의향이 있다며 손을 내미는 실용주의 면모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위협이 유럽과 북미의 중도 정치인들에게 예상치 못한 정치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매번 예상을 넘는 돌출 행동을 반복하는 트럼프를 상대로 냉철함을 잃지 않고 ‘실용과 균형’을 통해 국익을 수호하는 지도자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콘스탄제 스텔젠뮐러는 “트럼프는 유럽을 단결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며 “그의 정책이 극우 세력의 성장보다는 중도 정치인들에게 더욱 큰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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