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코오롱(002020)그룹의 코오롱티슈진(950160) 본사. 보스톤, 샌프란시스코 등과 함께 미국의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 중 하나이자 미 식품의약국(FDA) 본사가 있는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는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 개발이 한창이었다.
관절염을 치료할 획기적인 약물로 평가되는 TG-C는 미 FDA의 임상 3상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해 있는 상태다. 관절염의 경우 환자에게 진통 소염제를 투여해 고통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다 상태가 악화되면 수술하는 치료가 등 통상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연골 세포(1액)'와 '형질전환 세포(2액)'를 75%대 25%의 비율로 혼합한 주사제인 TG-C를 투여하면 약 2년간 증세 개선효과와 관절의 구조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코오롱티슈진 측 설명이다. 입원하지 않고 통증 부위에 주사만 맞으면 돼 편리하다.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는 “2006년 미국 내 임상 1상을 시작해 2010년 임상 2상을 거쳐 2015년 임상 3상에 진입해 지난해 7월 1066명의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 투약을 완료했으며 아직까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2027년 1분기에 품목허가(BLA)를 신청하고 2028년에 허가를 받은 후 미국 내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고관절, 척추 디스크에도 TG-C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관대한 신약 허가 성향을 보이는 점은 회사 측 로드맵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1기 행정부 때인 2017~2019년 FDA의 신약 허가 건수는 연평균 55건으로 2008~2016년의 36건보다 늘었다. FDA의 신임 국장인 마틴 마키리도 관료주의를 지양하고 증거에 기반한 신속한 승인 시스템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TG-C 미국 판매가 시작되면 30억 달러(약 4조 3600억 원) 규모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 대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의약품)로 성장할 것을 확신했다. 그는 “출시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원가·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한 번 투약에 1~2만 달러(1452만 원~2904만 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 보험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보험 적용을 받는 것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 적용 시 소비자의 부담은 더 낮아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관세 정책에 대한 준비도 마쳤다.다. 코오롱티슈진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론자 싱가포르 공장에서 TG-C를 생산한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어 TG-C는 면세 코드로 분류된다. 특히 TG-C가 품목허가를 받을 경우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체제가 없어 미국도 관세를 부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 대표는 "관세 정책이 티슈진 사업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현재로서는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 TG-C 개발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7년 '인보사'라는 제품명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정식 출시했다. 하지만 2019년 제품에 사용된 세포가 기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임을 인지해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고, 미국에서는 임상절차를 보류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소명을 통해 2020년 FDA로부터 임상 3상 재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9년 7월 품목허가 취소 이후 아직도 형사, 민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11월 형사재판 1심에서 전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인보사의 성분 착오에 대해 미국은 과학적 검토 후 임상을 재개시켰지만 한국은 수년간 법적 분쟁만 계속하고 있다”며 "과학적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노 대표는 "1999년부터 TG-C 개발에 착수해 20년 넘게 투자해 지금의 과학적 성과에 이르게 됐다"며 "품목허가까지 완료해 글로벌 유수 제약업체로 발전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