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남서부에서 분리주의 반군이 열차를 습격해 승객 450여 명을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11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주도인 퀘타를 떠나 북서부 페샤와르로 향하고 있던 열차에서 기관사와 승무원 8명 등 최소 10명이 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열차에는 당시 450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반군인 발루치족 민족주의 무장 단체 발루치스탄해방군(BLA)은 열차가 정차할 예정이던 역 근처 철로에서 폭발물을 터뜨리고 총을 쏘면서 열차를 멈춰 세우고 승객들을 인질로 잡았다.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보안군이 현장에 출동한 뒤 104명의 승객을 구출했고 이 중 1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또 테러범 16명이 보안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밝혔다.
이 열차 승객인 알라디타(49)는 “폭발음이 들린 후 총소리가 들렸다. 무장 세력이 열차에 탑승한 후였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무장 세력이 남성과 여성을 분리했다며 “내가 심장병 환자라고 말하자 나와 내 가족은 풀어줬다”고 말했다.
BLA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인정하면서 열차 승객 중 여성과 어린이, 노인, 발루치스탄주 주민 등은 안전하게 석방했다고 밝혔다.
이날 풀려난 사람들은 이란 국경에서 약 200㎞ 떨어진 마흐로 이동했다. 이들을 태운 첫 열차는 저녁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고 승객들은 역에 설치된 임시 병원에서 치료 받았다. 파키스탄 당국은 발루치스탄을 들르는 모든 열차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
BLA는 발루치스탄 지역의 천연자원이 외부 세력에 의해 착취되고 있다며 다른 지역 출신의 파키스탄 사람들에 대한 공격을 늘려 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퀘타 중앙역에서 발생해 26명이 사망한 폭탄 테러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발루치족 민족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2000년대에 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BLA는 아프가니스탄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발루치족 민족주의 세력은 1948년 발루치스탄 분쟁 사건을 시작으로 꾸준히 독립을 요구하며 테러를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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