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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눈감은 野, ‘거부권’ 집안싸움 與…기업만 ‘상법’ 골병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주장하지만

주주이익 상충에…‘소송 리스크’ 키워

“기업 경쟁력 저하…소액주주 피해로”

與, 崔 대행에 거부권행사 건의 방침

금감원장, 돌연 상법 거부권에 ‘반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등을 골자로 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여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할 방침이다. 오승현 기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전날(13일)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영 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여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둘러싸고 엇박자를 보이면서 오히려 기업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우리 증권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계에선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주요 안건마다 주주 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더 큰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게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배임죄 등 각종 소송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해외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소액주주에도 해로운 결정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배당 요구와 경영 개입, 단기적 이익 추구 행위 등이 빈번하게 되면 기업들이 온전히 경영에 전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결국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국가 경제의 밸류다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 주총 의무화 역시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확대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접속 불안정 등으로 주주들이 제대로 된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졌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지기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의 경우 전자 주총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민주당도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이 대표도 “많은 이해관계자, 특히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보는 것이니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원회를 통한 자본시장법 개정에 미온적이다. 특히 조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황에서 ‘개미’ 표심을 구애하는 차원에서 의석수를 앞세워 ‘쉬운 길’을 선택했다.

기업인 출신인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 반대 토론에서 “기업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상법 개정안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기업 경영 현실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들이 만든 위험한 탁상공론에 가깝다”며 “결국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고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피해는 온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즉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재의 요구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만큼,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상법 개정을 막을 사실상의 유일한 수단이다.

이런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돌연 상법 개정안 통과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원장은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직을 걸고라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조금 모자란 형태로 법 개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할 때이지 원점으로 돌려야 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오랜 기간 애써왔고 글로벌 투자자들도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주주 중심의 거버넌스(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 원장의 발언에 여당에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무위원도 아닌 금감원장이 소관 법률도 아닌 것에 대해 그렇게 발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옳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사 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던 그 습관이 지금 금감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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