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2일 전 세계에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를 강행한 데 이어 다음 달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을 겨냥해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 업계들로부터 불공정 무역 관행 의견을 취합한 결과 전미소고기협회(NCBA) 등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한국의 검역 규정 철폐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광우병 파동’을 겪은 2008년 양국의 합의에 따라 광우병 발병 사례가 없는 ‘30개월 미만’ 미국산 소고기에 한해 수입을 재개했다. 하지만 미국 축산 업계는 월령 제한을 없앤 중국·일본 등의 사례를 들며 한국에 소고기 시장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대두협회도 한국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절차 등이 까다롭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익 단체들의 요구를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내세워 시장 개방을 밀어붙일 수 있다. 하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은 농가 존폐와 식량 안보는 물론 국민 건강과도 직결되는 현안이다. 안전성을 100% 보장할 수 없는 30개월 이상 소고기나 인체 유해성이 완전 검증되지 않은 LMO 농작물에 대한 국민 불안은 여전히 크다. 과학적 근거 없이 나라를 뒤흔든 ‘광우병 괴담’이 되풀이돼서도 안 되지만 섣부른 양보나 타협은 수입산 소비 기피뿐 아니라 거센 국민 반발과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신중한 접근과 정교한 대응 논리로 트럼프 정부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압박을 선제적으로 막아내야 한다. 소고기 월령 제한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4년째 미국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임을 부각하는 동시에 과도한 통상 위협이 외려 미국의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또 한미 양국이 조선·방산·에너지 등의 산업 협력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주고받을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패키지 협상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과 불신을 자극하지 않도록 농축산물 시장에 대해서는 더욱 치밀한 전략으로 통상 파고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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