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이 모두 기각됐다. 이쯤 되면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주범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려고 수사 검사들까지 탄핵했지만 지금까지 선고된 모든 탄핵 심판 결과는 기각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탄핵 심판의 결과 기각이 확실해 보인다. 국회가 탄핵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탄핵된 고위 공직자의 직무가 정지된다. 해당 분야의 업무는 정상적 추진이 불가능하고, 이를 헌재에서 다투는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인데 어느 한 사람 사과하는 이가 없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 대통령의 탄핵은 적어도 사태 초기에는 거의 확실시됐었다. 국민은 어이없는 계엄에 놀랐고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 국민에게 경고하려 했다는 대통령을 믿지 않았다. 그랬던 국민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후 불과 13일 만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또 탄핵하자 변하기 시작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영장 쇼핑 의혹과 체포영장 집행, 현직 대통령의 구속과 52일 만의 구속 취소 등 일련의 과정에서 무엇이 공정하고 정의로운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비상계엄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런 계엄을 촉발한 민주당의 탄핵 폭주가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깨달은 젊은 세대들마저 탄핵 반대로 돌아서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또다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민주당이 두 사람을 탄핵하면 국민의힘에는 그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다. 국정 혼란은 가중될 것이고, 국민의힘은 막대한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바보처럼 두 사람을 탄핵할 리 없다. 그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과가 불확실해지자 확실한 인용을 위해 한 표를 챙기겠다는 의도를 에둘러, 하지만 강력히 표현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이 대표의 운명이 급해지면 이판사판 탄핵을 시도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도긴개긴이어서 정치 자체를 외면하거나 아예 신문과 뉴스조차 보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석에서는 아예 윤석열과 이재명이 동시에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마음은 그래도 현실적으로 정치를 떠나서 살기 어려운 시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지난 80여 년간 유지되던 세계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닥을 잡으면 당장 북핵 문제에 손을 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우리는 트럼프를 상대할 국가의 지도자가 없는데도 권력 획득을 위한 아귀다툼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러고도 국가의 운명을 낙관할 수 있을까.
이익을 보면 옳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見利思義)이 사람의 도리인데 지금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바른길을 외면하고 있다. 민사위하의(民斯爲下矣), 즉 그들은 배우지 못한 무지렁이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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