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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대선 전 털고가자…野 ‘대승적 양보’에 급물살 탄 연금개혁

◆여야, 사실상 모수조정 합의

野 “與 제안 ‘소득대체율 43%’ 수용”

자동조정장치는 “조건부도 불가” 재확인

복지위서 이르면 내주 처리 예고

연금특위 ‘합의처리’ 이견은 변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 개혁안에서 정부·여당이 주장해온 ‘소득대체율(받는 돈) 43%’를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료율(내는 돈) 13% 인상안에 이어 소득대체율까지 여야가 접점을 찾으면서 사실상 모수 개혁에 대한 완전한 합의를 이룬 만큼 연금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연금 개혁과 관련해) 오직 국민을 위해 대승적으로 한번 더 양보하기로 결정했다”며 “국민의힘과 정부에서 주장한 소득대체율 43%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재명 대표의 지시로 최고위의 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여야는 모수 개혁 중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안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는 여당이 43%를, 야당이 44%를 주장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모수 개혁 논의는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연금에 대한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이에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조건으로 내건 세 가지 안에 대해서도 “이미 정부 연금법 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정부와 협의해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게 하겠다”며 큰 이견이 없음을 시사했다.





국민연금 개혁안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던 가운데 민주당이 소득대체율에서 한발 양보한 것은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연금 개혁 문제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세대 간 입장 차가 큰 연금 개혁의 특성상 야당이 단독으로 강행하기에 부담이 따르는 만큼 ‘자동조정장치’를 최후의 보루로 남겨 놓고 나머지는 우선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미 21대 국회 막판에 여야 협상이 무산된 전례도 있어 이번 국회에서는 논의를 더 늦추면 안 된다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는 빠른 시일 내 만나 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복지위 일정이 잡히면 여야가 합의를 이룬 모수 개혁을 중심으로 빠르게 심사에 나서게 된다. 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미 큰 틀에서 합의가 됐고 그동안 양당 간 논의가 계속 있었기 때문에 더 늦출 필요가 없다”며 “정치적인 상황도 불확실하니 신속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연금 개혁안이 최종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복지위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적어도 박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복지위에서 다음 주 내 연금 개혁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야 지도부가 모인 국정협의회에서는 국회 연금특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6일 국회 차원의 연금특위를 구성해 구조 개혁과 함께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실제로 양당은 두 당 동수(6명씩)에 비교섭단체 1명을 더한 ‘6대6대1’로 특위를 꾸리는 데까지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문에 논의 사항을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를 넣을지 여부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특위 출범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합의 처리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불필요하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한편 여야가 논의한 대로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 43%를 적용하면 누적 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1.5%) 제도를 유지하면 30년 후 기금이 동나고 70년 뒤에는 누적 적자가 2경 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보건복지부 전망이다. 반면 여야 합의 대로 비율을 조정하면 2093년께 누적 적자를 현재보다 4321조 원 줄일 수 있다. 야당이 고수해 온 소득대체율 44%를 적용하면 줄일 수 있는 누적 적자가 3755조 원에 그치는 데 반해 566조 원가량을 아끼는 셈이다.

다만 모수 개혁으로 기금 고갈 시기를 늦췄을 뿐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석하 숙명여대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당초 야당 안보다 낮춘다고 해도 연금 고갈 시점은 어차피 오게 돼 있다”며 “자동 안정화 장치 등 구조 개혁이 뒤따라오지 않으면 재정적자 문제를 미루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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