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대한민국 대사관입니다. 마약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베트남에서 발생한 마약 관련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신을 대사관 관계자라고 밝힌 인물은 여권취소안내문 등을 보여주며 A 씨에게 ‘마약 관련 활동으로 얻은 자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곧이어 대검찰청 소속 검사와 금융감독원 조사관이라고 주장하는 인물들에게 잇따라 연락을 받은 A 씨는 사기꾼들의 계좌로 억대의 금액을 송금했다. 이후 의심이 든 A 씨는 대사관에 직접 연락을 해봤지만 대사관 측은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뒤늦게 A 씨는 자초지종을 묻기 위해 사기꾼들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잠적한 뒤였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주 미 대한민국 대사관과 미국 전역의 총영사관 등으로부터 보이스피싱 관련 신고가 잇따라 들어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이스피싱 등 사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재외국민을 겨냥한 신종 보이스피싱이다.
이들은 검찰과 법원, 대사관 등 실제 정부기관 홈페이지와 유사하게 사이트를 꾸며 피해자들에게 보내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해외송금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정부기관의 문서는 물론 베트남 수사당국을 사칭한 문서까지 동원해 피해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범행을 수월하게 만드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현지 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지난 2월과 3월 사이 주 뉴욕, 시애틀, 호놀룰루, LA, 샌프란시스코, 애틀란타 등 한국 총영사관과 주미 대사관은 “정부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유행하고 있으니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응하지 말라”고 전했다.
대검찰청도 주의를 당부했다. 대검찰청은 “재외국민에게 대검찰청 마약과 검사를 사칭한 범죄가 다수 발생하는데, 대검찰청 마약과는 마약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부서가 아니다”며 “마약사건에 관해 금전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은 경우 먼저 대검찰청 ‘찐센터’를 통해 범죄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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