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기계를 운용할 기술을 보유해 건설 현장에서 ‘귀족 신분’으로 통했던 중장비 기사들도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가뜩이나 일감이 줄어든 마당에 건설 업계 거래 관행상 대금을 길게는 수 개월 이상 늦게 지급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16일 전직 영업용 지게차 기사 A 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회사에서만 다섯 달치 금액을 밀렸다”면서 “일만 해주고 돈도 못 받는 건설 일을 이제는 그만뒀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일하고도 돈을 못 받는 미수금 피해를 호소하는 중장비 기사들은 A 씨 외에도 많다. 고공 작업용 ‘스카이차’를 운용하는 B 씨는 “열 번 작업하면 한 건 정도는 미수금 문제가 터진다”며 “말로는 준다니까 다들 기다려보지만 하청 업체가 고의적으로 떼어먹을 때는 결국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피해는 미수금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금을 받기도 전에 일단 거래처의 요구대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업계 관행 때문이다. 이후 건설 회사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면 엉뚱하게도 세금만 떠안게 되는 꼴이다. B 씨는 “계산서를 발행한 후에 입금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물건을 살 때와 건설 업계는 반대”라면서 “기사들도 일을 마치고 며칠 뒤에 입금될지 매번 확인하지만 바로 해준다는 곳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중장비 기사에게 일감을 준 건설 업체가 부도를 냈다는 내용의 ‘파산 증명서’를 발급받는 경우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굴삭기 기사 C 씨는 “거래처의 파산 신청을 기다리면서 부가세를 돌려받는 작업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서 “결국 포기하고 다시 버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중장비를 보유한 개인사업자들은 스스로가 “임금 근로자들보다도 못한 신세”라고 입을 모은다. 참다 못해 돈을 받을 때까지 장비로 현장을 막아 점거하는가 하면 상황이 어려워 기계를 팔아치우는 기사들도 부쩍 늘었다는 게 현장 전언이다. 서울굴삭기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특히 민간 공사의 경우 건설기계인들 돈을 손쉽게 수도 없이 떼먹을 수 있다”면서 “우리 사업자들은 힘도 능력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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