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너머 그린 앞쪽의 까다로운 위치에 꽂힌 13번 홀(파4) 핀을 향해 박보겸(27·삼천리)의 공격적인 샷이 날아갔다. 핀 주변에서 튄 볼은 멀리 달아나지 않고 들어갈 듯하다가 핀 바로 앞에서 예쁘게 멈췄다. 완벽한 버디 찬스. 박보겸은 별것 아니라는 듯한 무심한 표정으로 그린으로 걸어갔지만 사실상 우승을 예약하는 쐐기포였다.
3관왕(대상·상금왕·최소타수상) 윤이나가 미국으로 떠난 후 첫 시즌에 5년 차 박보겸이 여왕 후보로 먼저 명함을 내밀었다. 박보겸은 15일 태국 푸껫의 블루캐니언C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80만 달러)에서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2위 고지우를 1타 차로 따돌려 상금은 14만 4000달러(약 2억 1000만 원).
박보겸은 어릴 적 6년 동안 사이판에서 살며 현지에서 골프를 시작한 선수다. KLPGA 투어에는 2021년 데뷔해 2023년 5월 교촌 레이디스 오픈과 지난해 10월 상상인 한경와우넷 오픈을 우승했다. 겨우내 페이드에서 드로(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구질로 바꾸고는 일찍 통산 3승에 안착했다.
3라운드까지 유현조와 14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린 박보겸은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파5인 11번 홀에서 뼈아픈 보기를 범했지만 12·13번 홀(파4) 연속 버디로 벌떡 일어섰다. 12번 홀 버디에 같은 조 유현조가 곧바로 버디로 응수해 2타 차에서 더 달아나지는 못했지만 13번 홀 탭인 버디로 우승을 예감했다. ‘버디 폭격기’로 불리는 고지우가 막판 6개 홀에서 버디 4개를 몰아치며 압박했으나 박보겸은 타수를 잃지 않은 끝에 우승을 꽉 붙들었다. 17번 홀(파3)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고도 파로 잘 막았다. 지난해 은퇴한 김해림이 골프단 코치로서 퍼트 향상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지난해 신인왕 유현조는 15번(파5) 홀에서 회심의 2온에 성공한 뒤 이글 퍼트 성공으로 마무리하지는 못하면서 우승과 멀어졌다. 3타를 잃어 11언더파 공동 4위다. 지난해 1승에 준우승을 네 번한 황유민, ‘가을 여왕’ 김수지와 마다솜도 4위다. 이가영은 13언더파 3위에 올랐다. 우승·준우승을 나눈 박보겸과 고지우를 비롯해 유현조와 마다솜까지 톱5에 삼천리 소속 선수가 4명이나 들었다.
일본 투어 통산 13승을 자랑하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 야마시타 미유(일본)는 1타를 잃어 9언더파 공동 11위로 마감했다. 지난해 상금·대상 부문 2위의 박현경은 5언더파 공동 27위다. 시즌 두 번째 대회이자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은 4월 3~6일 부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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