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가 이번 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주말인 15~16일 전국에서 10만여 명이 참여한 탄핵 찬반 집회가 각각 열렸다. 여야 정치권과 보수·진보 진영은 각각 탄핵 기각과 인용을 촉구하는 집회·시위를 통해 헌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시위에서는 ‘헌재 박살’ 구호와 ‘국민폭동’ ‘유혈혁명’ 등 과격한 문구가 나오고 양 측의 몸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후에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헌재 담장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탄핵심판 결과가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답변은 54%였지만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42%에 달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상당수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발할 수 있다. 국론 분열로 이미 ‘심리적 내전’ 상태를 겪고 있는데 헌재 결정 이후 대규모 물리적 충돌로 ‘정치·사회적 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헌재 결정 승복’의 뜻을 밝힌 데 이어 같은 당 권성동 원내대표도 16일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 결과를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유튜브에서 “민주공화국의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들을 승복 안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여야의 수장이 헌재 결정 존중을 얘기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야 정당이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헌재를 압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장외 천막 농성과 도보 행진, 삭발, 단식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을 즉각 파면하라”며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다수 의원들도 헌재 앞에서 탄핵소추안 각하·기각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복합위기 확산을 막으려면 여야 지도자들이 ‘헌재 결정 존중’ 입장을 공동으로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도 낮은 자세로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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