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의 ‘넛크래커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중국은 핵심 광물 수출 제한과 보복관세로 맞대응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16일 ‘트럼프 2기 미중 통상 분쟁 경과 및 우리 기업 영향’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과의 거래로 우회 수출 의심을 받거나 핵심 광물 공급망 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14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면담에서 미국 측은 농업 부문 검역, 디지털 통상 장벽, 무역수지 불균형 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철강 등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가열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기업이나 중국산 부품·소재를 공급받아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관세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6.7%(57억 9000만 달러)에 달한 점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을 의심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1월 말 알루미늄 연선·케이블에 총 86%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받은 D기업은 중국 지분이 100%인 우회 수출 기지였다.
중국의 반격에 따른 후폭풍도 대비해야 한다. 중국은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인듐이나 텅스텐 등 일부 광물은 중국산을 대체할 수 있지만 대부분 핵심 광물은 중국의 수출 지연과 재고 비축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민간 재고와 공공 비축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공급망 구축 및 수입선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또 한국이 중국의 대미 수출 우회 통로로 지목돼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제재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넛크래커가 되지 않기 위해 정교하게 수출 전략을 새로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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