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상속세 과세 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의 핵심은 상속을 받은 만큼 세금을 부담하게 해 과세 형평을 제고하고 납세자별로 공제를 적용해 공제의 실효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산세의 과세 방식이 유산취득세로 전환된다. 정부는 유산취득세 전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 중심으로 개편하고 인적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가업상속공제 등의 물적공제는 현행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자녀 등에게 물려줄 때 가업재산(사업 관련 주식)의 가액을 경영 기간에 따라 300억~600억 원을 한도로 상속세 과세표준에서 차감하는 가업상속공제는 현행과 동일한 공제액을 가업을 승계하는 상속인에게 적용하되 공동 승계 시에는 가업재산의 비율로 한도액의 안분을 허용했다.
정부의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은 피상속인의 전체 상속재산이 아닌 상속인별 취득재산에 대한 과세로 최고 세율이 50%인 누진과세의 영향을 완화한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인 우리나라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일정 부분 줄인다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는 바람직한 과세 체계 개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과 무관한 일반적 상속과 구분해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 지원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활한 사업승계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분율 유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은 할증 평가와 결합해 승계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식의 비자발적 처분을 강제해 창업주의 사망 이후 경영권 위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지분 매각을 통해 사업승계를 포기한 사례가 적지 않다. 쓰리세븐·유니더스가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과중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사실상 ‘강요된 사업의 단절’은 장기간 축적된 무형의 경제적 가치를 소멸시키고 고용의 유지·확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쳐 국민경제의 장기적 성장·발전에 치명적인 손실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 상속세의 과중한 세금 부담에 대비하기 위해 생전에 활발한 재투자 대신 자산 매각이나 배당 증가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사례도 많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왜곡된 경영 의사 결정도 기업의 성장 동력과 국민경제의 잠재성장률을 훼손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상속세에 대비하기 위한 경영의 축소·매각 대신 사업승계의 세금 부담을 덜어줘 지속적 성장·발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 최적 경로다.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는 엄격한 한도액과 적용 요건으로 인해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낮은 이용 실적을 보이고 있다. 유산취득세의 전환과 함께 우선 이를 완화하면서 명확한 논리적 근거나 유사한 외국 사례를 찾기 어려운 최대주주 할증 평가를 폐지해 사업승계에 따른 과중한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도 호주·스웨덴 등의 사례를 참고해 가업재산은 처분 시점까지 과세이연을 허용해 창업주 사망 시 경영권 승계를 제약하는 현금 흐름 부담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의 시행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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