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의 표준화된 기술로 뇌질환 환자마다 뇌 오가노이드(줄기세포를 활용해 만든 인체 장기의 복제품)를 만들어 그 노화 과정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의료데이터를 만들 겁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한 신약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저희가 제시한 5년간 10종 이상의 뇌질환 치료제를 발굴한다는 목표도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한 결과입니다.”
카이스트가 대만 대기업 포모사그룹과 협력의 일환으로 이달 개소하는 바이오의료연구센터를 통해 5년 안에 뇌질환 관련 25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언뜻 도전적으로 보이는 목표에 대해 센터를 만든 주역인 김대수 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장은 “뇌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력은 개별 환자마다 특성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며 “표준화·대량생산·품질관리를 다 해결하고 나면 신약개발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0개 개발을 목표로 해도 조기에 한두 제품만 성공하면 그 파급효과는 모든 투자를 회수할 수준에 이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바이오의료연구센터의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건 포모사그룹 산하 대만 장경기념병원이 축적한 환자의 조직과 임상데이터다. 이 병원은 1만2000 병상 규모로 하루 평균 내원객이 3만5000명에 달한다. 센터는 장경기념병원에서 퇴행성 뇌질환의 조직을 분화해 전달한 데이터를 받아서 뇌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질병 연구와 신약개발에 쓰게 된다. 김 학장은 뇌질환을 특별히 연구하게 된 동기로 “뇌가 인체 장기 중 유일하게 생검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연구가 성공하면 다른 장기의 연구는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가노이드 자체의 시장성에도 주목한다. 김 학장은 “오가노이드를 만들며 기술력을 확립하고 사업화하는 것만으로 적어도 2500억원의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글로벌 전임상 위탁임상시험(CRO)시장은 8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김 학장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연내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오가노이드로 대체하는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며 미국 역시 동물실험이 아닌 다른 실험 데이터의 사용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동물실험 중 절반가량은 품질관리가 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오가노이드로 대체될 것”이라며 “우리가 만든 것을 수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에서 점유율 5%만 차지해도 2000억원으로 그는 “보수적으로 접근해도 5년 안에 점유율 5%는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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