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전쟁 역풍으로 미국 증시는 떨어진 반면 중국 관련 주식시장은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달 14일까지 미국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0%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는 각각 20.2%, 22.7% 급등했다. S&P 500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 주식 가운데 시가총액이 큰 기업을 편입한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이고 홍콩H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다. 항셍지수에는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징동닷컴 등 중국의 대표 기술주들이 대거 포함됐다. 시장조사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주식 펀드에서는 올 들어 처음으로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의 자금이 순유출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뉴욕과 홍콩 증시가 엇갈린 흐름을 보인 것은 관세 전쟁, 연방정부 예산 삭감 등으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글로벌 자금이 외부로 흘러나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고개를 들면서 올 한 해 금리 향방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에 반해 중국의 경우 내수 진작에 어려움은 겪고 있지만 올 들어 ‘딥시크 열풍’을 발판으로 인공지능(AI) 역량을 재조명받은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홍콩 증시뿐 아니라 최근 유럽 증시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해당 기간 스톡스 유럽 600 지수가 4.4% 상승한 것을 비롯해 독일 DAX(10.1%), 프랑스 CAC 40(4.1%), 영국 FTSE 100(1.5%) 등 유럽의 다른 주요국 지수도 강세를 보였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최근 ‘재정 족쇄’를 풀고 국방력 강화를 위한 재무장 계획에 8000억 유로(약 1260조 원)를 쓰기로 하면서 방산주가 전체 주가를 매섭게 끌어올렸다. 독일이 앞으로 10년 간 군비 확충과 인프라 투자에 쓰겠다며 5000억 유로(약 786조 원)의 특별기금을 조성한 효과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걸고 ‘미국 예외주의’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취임 초기에는 정반대 결과를 가져왔다”며 “관세 정책과 연방정부 대규모 예산 삭감 등으로 미국 증시가 불확실성에 휩싸이자 자산운용 업계가 투자자들을 다른 주식시장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같은 날 미국 NBC 방송을 통해 “주가 조정은 건강하고 정상적인 것이라 걱정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장기적으로 좋은 세금 정책과 규제 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에너지 안보를 이룬다면 시장은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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