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월 소매 판매액 증가가 전망치를 밑돌면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관리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 1월 소매 판매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2월도 물가상승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소비가 제자리 걸음하면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느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될 전망이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는 2월 소매판매가 7227억 달러로 전월 보다 0.2% 상승했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 상승률(0.6%)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소매판매는 주로 상품 분야에 대한 판매 현황을 나타내며 이는 전체 소비지출에서 30~4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주요 서비스 업종인 외식 부문 판매액도 포함돼 전체 지출의 향방을 짚어보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2%라는 점을 고려하면 2월 소매판매 증가분은 가격 인상분을 반영한 것일 뿐 실제 판매는 제자리 걸음 수준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매판매는 인플레이션 조정을 하지 않고 명목 판매액을 합산해 계산한다. 다만 전년 대비로 고려하면 전체 매출은 3.1% 증가했으며, CPI 증가율 2.8%을 웃돈다. 1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앞서 -0.9%로 발표됐다가 -1.2%로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는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13개 업종 가운데 7개 업종이 하락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업(-0.4%) △전자제품 판매점(-0.3%) △주유소(-1.0%) △의류(-0.6%) △스포츠·악기·서점(-0.4%) △잡화점(-0.3%) △식음료(-1.5%) 업종이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일한 서비스 업종인 레스토랑가 바에서의 지출은 1년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자동차, 휘발유, 건축자재, 음식 서비스 등 변동성이 큰 업종을 제외한 통제그룹(control group)의 변동률은 1% 상승했다. 통제그룹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산정에 포함되는 지수로 전문가들의 2월 전망치는 0.4%를 웃돌았다. 다만 1월 통제그룹의 변동률은 기존 ‘0.8% 감소’에서 ‘1%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너드월렛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엘리자베스 렌터는 “경제의 미래와 현상황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기 힘들면 소비자들과 기업은 지출을 줄이게 된다”며 “지금은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때”라며 지출 둔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반면 네이비페데럴크레디트유니온의 이코노 미스트 로버트 프릭은 “별로 좋은 보고서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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