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 자급 농업으로 돌아가라고?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트럼프, '경제적 자립' 허황된 집착

계란 파동에 가정서 닭사육 권유

관세로 식품값 뛰면 각자도생할 판





2024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경제적 풍요와 낮은 물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미국인들에게 자급자족 농업으로의 회귀를 적극 권유한다.

최근 달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2개들이 한 상자의 무게가 24온스 이상인 대형 달걀의 도매가격이 8달러 선을 넘어섰다. 매장마다 한정 판매를 하지만 판매대에 진열된 달걀은 삽시간에 동이 난다. 이 같은 현상의 주된 동인으로 조류독감이 꼽힌다. 조류독감 확산에 따라 대부분의 닭 사육 농가에서 이들을 집단 살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트럼프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공교롭게도 농무부의 조류독감 전문가들을 해고했다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들을 재고용하는 등 부산을 떨었고 조류독감 전염에 관한 연구를 의도적으로 억눌렀다. 이들 모두 계란값을 진정시키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높은 가격과 정책적 실수에 대한 여론의 압력이 가중되자 행정부는 몇 가지 방안을 얼기설기 짜맞춰 실효성 없는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는 닭 예방접종을 연구하는 방안인데 많은 가금류 농가는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들이 접종된 닭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이 제안은 예방접종에 관한 행정부의 회의적인 메시지와도 맞지 않다.

트럼프의 또 다른 전략은 탐욕스러운 농부들이 스스로 닭을 폐처분하는 등 반경쟁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닭 사육 농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전략이다.

가장 기막힌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가정에서 자체적으로 닭을 키워 계란값 폭등에 대처하라고 권장한다는 점이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은 “달걀 품귀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집 주위를 돌아보고 ‘뒷마당에 닭을 키우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참 멋진 발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시 지역에서 생활하는 미국인 가구, 혹은 가금류 사육이 불법인 교외의 거주자들이 자체적으로 식량을 재배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조류독감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동물 사육 경험이 전무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아마추어 가금류 사육가가 되라고 권장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을 조류독감에 노출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달걀을 스스로(DIY·Do It Yourself) 생산토록 하는 전략은 현 행정부가 다른 식료품의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이 도대체 어떻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느냐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트럼프는 멕시코산 수입 채소와 캐나다산 유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려다 중단한 후 다시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변덕을 부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북미 관세의 대부분은 30일간 중지된 상태다. 그러나 관세가 시행되면 아보카도와 신선한 토마토를 비롯해 미국인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과일과 채소 가격이 껑충 뛰어오른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아보카도의 90%, 토마토의 3분의 2가 멕시코 산이다.

예를 들어 1월에 당신의 집 뒷마당에서 이들을 생산하려면 행운이 필요하다. 특히 캐나다에서 80%를 수입하는 비료의 핵심 원료도 세율이 고작 10%에 불과하지만 트럼프의 징벌적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바로 이 관세가 1년 내내 농사 비용을 비싸게 만든다. 닭장을 만드는 데 편리하게 사용될 캐나다산 목재에 붙는 관세도 같은 효과를 낸다. 트럼프는 최근 목재에 대한 추가 관세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뒷마당에 세울 닭장의 철사를 산다고 가정해보자. 안타깝게도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 제품에 대해 새로운 보편관세를 별도로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철강 가격은 관세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이미 들썩이고 있다.

각 가정에서 스스로 가축을 기르고 벌목을 하고 강철 와이어를 아연으로 도금하는 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는 평생 경제적 독립성에 집착했다. 경제는 무역에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자족적이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리고 자급 농업은 트럼프의 이 같은 허황한 집착에서 비롯된 논리적 결론이다.

만일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면 주(state) 역시 자립해야 하는 게 아닌가. 주가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한다면 지역사회도 그래야 마땅한 게 아닌가. 지역사회가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한다면 모든 남성·여성과 아이들도 참여해야 하지 않는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