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현지 시간) 상호 관세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무역적자로 손해를 보는 대표 국가로 한국을 콕 집어 거론했다. 미국 백악관은 한국 등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모두 없애지 않으면 관세 폭탄을 퍼붓겠다며 그 전까지 협상에 응하라고 압박했다.
케빈 해셋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7일 CNBC와 인터뷰를 갖고 “유럽과 중국,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비관세 장벽이 있는 데다 관세도 높아 미국 기업들이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셋 위원장은 이어 “당장 모든 장벽을 낮추면 협상은 끝날 것”이라며 “우리는 많은 나라들이 매우 유연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에 호의적으로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가와 재계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는 만큼 해셋 위원장의 이번 발언을 비관세 장벽 철폐 요구로 받아들였다. 한국과 미국은 대다수 교역 품목에 대해 서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실제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최근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이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도 수입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금지 조치를 철폐하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 한국은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2008년부터 미국산 소고기는 30개월 미만에 한해서만 수입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557억 달러(약 81조 원)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8번째로 무역적자액이 많은 교역대상국이다.
해셋 위원장은 “무역 관련 장벽을 없애지 않는 나라들에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지금부터 다음달 2일까지 (상호 관세와 관련해) 일부 불확실성이 있겠지만 4월이 오면 시장은 상호주의적 무역 정책이 매우 타당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무역 불평등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달 초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가진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가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한국(13.4%)과 미국(3.3%)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최혜국 대우(MFN) 평균 관세율을 인용한 억지 주장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통상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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