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징으로 꼽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두고 유럽의회 의원인 프랑스 정치인과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설전이 벌어졌다. 뉴욕의 관문 리버티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맞서 미국인들과 함께 싸웠던 프랑스가 1876년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맞아 양국의 우정을 축복하며 미국에 선물한 초대형 조형물이다.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은 지난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 연설을 통해 미국 행정부를 비판하며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주목 받았다. 글뤽스만 의원은 "독재자들 편에 서기로 한 미국인들, 학문의 자유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과학자들을 해고한 미국인들에게 말하겠다. 우리에게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등 이어진 논란을 두고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자유가 훼손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가 돌려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냉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유럽에서 심해진 반감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에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글뤽스만 의원을 가리켜 "이름 없는 낮은 급의 프랑스 정치인"이라고 깎아내린 뒤 "프랑스인이 지금 독일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지 않은 것은 오직 미국 덕분이다. 그러니 그들은 이 위대한 나라에 매우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글뤽스만 의원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이 부끄러운 행정부(트럼프 정부)의 대변인은 '미국이 없었다면 프랑스는 독일어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뿐 아니라 수십만 명의 젊은 미국인이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자리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 영웅들의 미국은 독재자에 맞서 싸웠고 파시즘의 적이었지 푸틴의 친구가 아니었다"며 "이 나라는 저항군을 도왔지, 젤렌스키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미국은 과학을 찬양했고 박해 받는 사람들을 환영했지, 이들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며 "그런 미국은 현재 대통령의 언행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의 여신상에 새겨진 아름다운 문구에 충실했던 그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대한 배신, 외국인 혐오, 반계몽주의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나라"라며 "트럼프의 배신에 충격 받아 상징적으로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고 한 건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뤽스만 의원은 "물론 아무도 자유의 여신상을 훔치러 가지 않을 것이며 그 동상은 미국의 것"이라며 "하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자유는 모두의 것으로, 미국 정부가 더 이상 자유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유럽에서 우리가 그 횃불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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